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들어온 남편은 늦잠을 자고 있다.
마구 헤집고 사방을 헤매이며 자는 아들하고의 모습이
어느 순간 똑같은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모습은 언제봐도
나를 미소짓게 한다. 창으로 고운 봄빛이 들어와 나를 깨우고,
난 분주한 아침을 맞이하며 내 가정의 고요함을 조금더 지켜주자 한다.
조금 일찍 깬 날의 아침에 갖는 차 한잔의 여유는 나를 몸서리쳐지게
행복하게 만든다.
그날이 그날같던, 병원 침상에서의 한달, 보조기구에 나를 가둔채
3개월, 그 날들에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많은 행복과 자유를
얼마나 절실하게 느꼈던가...
그 전엔 잘 몰랐던, 그러니까.. 그저 힘든 하루들이 지겹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함에 화냈던 일들, 등등...
그 모든것으로부터 나를 조금은 해방시켜 준 자유롭지 못했던 시간들에 이제는 감사한다.
이제는 안다. 내가 가진 이 아침의 차한잔의 여유로움이야 말로
세상의 행복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시작이란 것을 말이다.
허브의 향기로움이 내 안에 퍼질때쯤..
난 오늘 이시간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바둥 거리는 아이와
목이 뒤로 젖혀지도록 잠에 골아떨어져 있는 두 남자를 깨우러 간다.
가스렌지엔, 고소한 콩나물국의 김이 오르며, 생활을 물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