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랑을 믿지 못한다. 아니 사람을 믿지 못한다고 할수도 있겠구나.왜그러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워낙 어렸을때 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된거니까, 대답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렇다고 사랑을 안해본건 아니다. 나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으니까.
물론 둘이 시작해서 끝을 본 그런 사랑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나의 사랑은 언제나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이 났으니까.
다가오는 것도 겁이났고, 다가가는 것도 마찬가지 였다.그리고 언제나 나만의 공간에 갇혀서 멋있는 왕자님을 그려보곤 했다. 그 왕자님은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든 모습이었고, 그래서 언제나 나의 왕자님은 나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했지, 실제엔 있질 않았다.친구들이 사랑을 할때도 난 메신저 역할이나 아니면 감초 역할에만 만족을 해야했다. 그러면서도 봄이 오면 난 막연하게 그 누군가가 그립고 나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또다시 혼자 상상을 한다.
봄,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때를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고, 또 따사로운 햇살이 비춰오면 나를 무엇인가가 따스하게 감싸줄것 같은 코끝이 찡해오는 어쩔때는 머리가 띵해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계절이다. 물론 이 봄이 나에게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지는 않겠지만, 사랑을 혼자서 시작해서 혼자서 끝내본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마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계절이 아닐까 싶다.
사랑을 시작했으면 미련을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좀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조금은 창피하더라도 그 순간순간에 충실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 사랑이라는 건 시도때도 없이 시간에 구애를 받지도 않고 만나는 상대가 누군지 가리지도 않고 자기가 찾아오고 싶을 때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서 사람을 아주 멍하게 만든다.
그 순간에 상처를 받았으면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난 미래에 가서는 아마도 그 사랑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텐데 그 때를 잘 못 넘기면 두고두고 찾아와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둘이 하는 사랑을 난 못해봤다. 사람을 믿지 못하니까.영화나 소설속에, 순정만화에나 나오는 사랑을 미련하게도 그대로 믿고 현실에서 꿈을 꿨으니,그런 사랑이 없었던건 당연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용기 내어 다가가지 못하고 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 도망가기 바빴으면서도 사람에 대해서 한번도 제대로 실망도 기대도 해본적이 없으면서도 이뤄질수 없을 거라는 막연한 나 자신의 열등감에 휩싸여서 그 사랑들을 하나둘 떠나 보냈다.
타임머신이라는 기계가 생겨서 그 시대로 돌아 간다면 그땐 후회하지 않고 사랑을 할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내 자신이 변화하지 않는 한 그런 기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슴속에 묻고 그 때 그 사람들을 언제까지 그리워하면서 살아야 할지 답답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항상 내 가슴속을 채워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감사하면서 살아야 되겠지.떨어지는 빗방울에 따사로이 내려쬐는 햇살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그때 그장소에서 아무 준비없이 떠오르는 내 생각속에서 때로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그 사랑.
봄이 오면 이렇게 가슴이 벙뚫리면서 나의 사랑이 그리워진다.그리고 나의 그 때가 그리워 진다. 다신 돌아가지 못할 나의 봄날, 그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