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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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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BY 풀씨 2000-09-20

내가 일기를 써본지가 얼마나 됐나 햇수를 꼽아보니 꽤 오래전인것 같다

일기랄것도 없는 그저 기쁜일이나 속상한일이 있을때

그때 그때 상황을 얼핏 반추해본 것들인데 낙서처럼 쓰인것도

있고 독백처럼 쓴것도 있다

대충 읽어보니 독백처럼 쓴 것이 더 많았고 기쁜일보다는

가슴아팠던 일이나 속상했을때가 더 많이 지면을 차지하고있었다

초등학교땐 선생님께서 숙제로 일기쓰기를 꼭 강요하셨는데

마지못해 검사 받기위해 암담해진 맘으로 일기를 썼고

방학과제물에서도 일기는 꼭 써가야 하는 필수과제라서

다양한 풍물을 접할 기회가 적은 소도시에서 자란 나로서는

그날이 그날이고 해서 일기를 개학전에 몰아서 대충 썼던

기억이 새롭다

제대로 된 일기는 중,고등,학교 들어와서 그때 시를 알고,

소설을 접하면서 괜시리 문학적 열정에 온 몸을 떨어대며

일기라는 것을 진지하게 쓰기 시작했는데 절반은 감수성 예민한

시기라 감상적인 글들이 대부분이긴 해도 꽤 자주 썼던것 같다

그리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일기쓰기는 게을러지고 상황에 따라

그저 낙서처럼 적은 노트가 달랑 있을뿐이다

요즘은 일기라기 보다는 메모 형식으로 적는데 하루를 정리하는

형식이 아닌 순전히 건망증 때문에 쓰기 시작한 일지 비슷한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잊지 말아야 될것과,나에게 소중했던

것들을 메모형식을 빌어 짧게 날자와 요일을 적어가며 쓰고 있을뿐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후 이 메모는 나의 중요한 발자취가 될것

이므로 적고 있을뿐이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노트중엔 아주 오래 된 것들도 있는데

지금와서 읽어보면 그때 그런일도 있엇구나 하고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도 있고 어떤글은 얼굴이 화끈해질 정도로 유치한 글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글들이 내겐 소중한 자산들이므로 이사갈때

제일먼저 챙겨두고 누가 재산목록 1호로 뭘 꼽겠냐고 한다면

나에겐 바로 이 낙서 뭉치들이라고 서슴치 않고 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