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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BY 나쁜여자 2003-05-10

편지를...아니 글을 쓴다.. 뒤죽박죽인 내 머리속을 정리하고자 이렇게 끄적거린다..
결혼 5년...잃은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다...
얻은 것은 내 아이들...지금은 이것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잃은 것은...상대적으로 많은것 같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라는데
결혼해서 나는 사랑을 잃은 것 같다.
지금 이 판국에 왠 사랑타령...?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실망하고 미워하고 싸우면서 아름답게 간직하고 가꿔나가야 할 것들이 다 없어진것 같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자기가 나에게 했던 모진 말들과 욕설들은 가슴에 박혀서 내내 내 맘을 상하게 하고 또한 내가 자기에게 되받아친 가시돋힌 말들이 자기로 하여금 나를 미워하게 만들고 있지....
이런것들은 죽을때까지 없어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
지금은 새벽이고 아이들도 자고 사방이 조용해...
결혼 5년에 애 둘딸린 아줌마로서 돈,돈,돈이나 밝히는 그런 여자로
나는 변한것 같애.
사람이 살 자면 돈이 없으면 안 되기에 이렇게 변한건지...
삭막한 우리 사이에 가장 큰 문제라면 바로 이것이 겠지..언제 해결
될지 모르기에 싸움도 끝이 없어.
돈 얘기 싫어하는 당신과 그래도 터 놓고 같이 얘기하자는 나는
평행선이지..
니가 돈 버는것 아니니 말하지 말라고..너는 살림이나 잘 하라고
말 돌리는 당신이 미웠어..
그래..나는 할 일 없이 집에서 논다.
많건 적건 힘들게 돈 버는 당신에게 항상 돈 없다고 돈 적다고 투정
하는 여자로 밖에 자기 눈에 안 들어올거야..
하지만 나도 속상해.. 전에도 얘기 했지만 돈 없다고 당신에게 말하난 내 자신이 나도 싫어..
늘 마이너스인 통장에..이자 내기도 급급한 내 살림살이가 너무 궁상
맞고 지겨워... 앞날이 안 보이니 항상 사는게 늘 뭔가에 ?기는 것
같아...늘 마음 속엔 걱정이고 한숨뿐이야.
그래도 아이들이 걱정없이 잘 크고 있고... 말 뿐이지만
조금만 기다려봐...하는 당신의 그 사탕같은 얘기도 지금까지 사는데
큰 힘이 되어준건 사실이야.
하지만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내 부모가 나를 사랑으로 정성으로 키워 주셨지만 그래도 남들고 비교해서 그리 윤택하기만 했던
가정환경이 아니었기에 내 자식에게만은 모자람없이 능력있는 부모가
되고 싶었던 것이 내 꿈이였는데..내 꿈은 꿈으로만 남게 될 것 같아
두려워..
주변 사람들은 다 나아지고 있는데 우리만 처져지고 있는 모습에 한숨만 나온다.
나 그래도 아직은 우리가 젊으니까...그리고 당신을 믿었기 때문에
그냥 그냥 지내왔는데 저번 월급문제도 그렇고 이제는 당신을 전처럼
다 믿지를 못 하겠어..
때 되면 당신 통장에 월급이 얼마 들어 왔나..하며 당신 통장이나 확인해야하는 내 모습...정말 비참하고 이제는 내가 계속 속고만 살아왔던건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쩌다 이렇게 되버렸는지...
당신 말대로 당신이 번 돈이니까 다 당신 맘대로 해도 되는거라고 생각해? 그저 주는 돈으로 살림이나 하고 애들 돌보고 하지 그나마 그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말아냐고?
:
당신은 나를 가정부로 생각하고 있구나...
가정부는 월급이나 받지... 이렇게 나를 생각하려고 결혼 한 건지...
내가 집에서 살림만 해서 그런건지 당신은 집에 들어오면 손하나 까딱 안 하지..당신 몸 씻고 TV보다 자고...하숙생이 따로 없어.
내가 이런 얘기 하면 당신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지...살기 싫으면 안 살면 되지 왜 살면서 말이 많냐고...
:
죽고 싶다.
당신하고 살고 안 살고 문제가 아니라..지금 나는 죽고 싶어..
당신 나한테 얘기 했지...남편 아침은 차려 주는 날보다 안 차려주는 날이 더 많고 집안 정리정돈이며 청소도 잘 안하고 애들은 밥이나 차려 주는지 의심스럽다고...시어머니에게 전화도 자주 안 하고
시누이들 한테도 신경 안 쓰고..내가 당신 남매들 사이를 다 갈라놨다고..내가 암적인 존재라고..친척들에게도 전화 자주 안하고 니가
뭐 하는게 있냐고...
나를 무슨 식충이 벌레보듯 쳐다보며 당신이 나에게 말했어...
그래...그렇게 얘기하면 나는 할 말이 없어.
나는 한다고 했지만 당신 눈에 비쳐진 내 모습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지금 내가 어떤 얘기를 해봤자 당신에게는 변명이요,남 탓하는 얘기 밖에 되지 않으려니...
다만 당신이 나를 참고 이해하려고 했다면, 나 또한 당신을 무던히도 참고 이해하려 했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갔던게 많았다고 한다면 그것도 말이 안 된다고 할까....?
정말 애때문에 산다고 하면 요즘 내가 죽지 못하는 이유가 될까...
그래봤자 애들한테 잘 하지도 못하면서 뭔 소리냐고 당신은 또 나에게 비아냥거릴까?
애 때문에 사는게 어딨냐고...매일 싸우고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 보다 이혼하는게 낫다고 쉽게들 말 하지만..아직까지는 그래도 이혼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혼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서,아직까지는 결심하고 있지 못하지만...엄마가 자살했다는 굴레도,이혼해서 결손가정이라는 손가락질도 내 아이들에게만은 주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살아야지..하다가도 이게 정말 나은 선택일까..하는 의구심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불끈 불끈 치솟는다.
내가 이렇게 써 놓은 글을 자기가 읽게 되면..지금도 뭔 이런 뻔한 말들을 길게도 지껄여놨구나 하면서 건성으로 대할 당신이 눈에 보인다.. 한 번도 자신의 속내를 터 놓고 얘기하지 않는 당신,,
벽을 보듯 나혼자 속이타서 지껄이고 당신은 누워서 자든가 아니면 나에게 욕하며..살기 싫으면 살지마..시끄러워!..하는 당신..
그래..누가 하라고 해서 한 결혼도 아니고,오히려 다들 말렸는데도 우리가 좋아서 한 결혼인데 사는 모양은 왜 이런건지..
당신이 그랬지..내 발등을 찍고 싶다고..그렇게 이제 내가 싫다면 길은 하나 인데..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답 없는 이 생각에 잠이 안 온다.
이제는 니가 잘 했냐 내가 잘했냐식의 싸움은 하기 싫어.. 남들이 보면 니들이 똑같으니까 싸우고 있구나..하고 쉽게 말할까..?
어머님에게도 너무 화나고 속상해서 신세한탄하듯 얘기 했는데 뭐라고 하실까..당신에게,거 봐라..걔는 내가 그럴 줄 알았다..며 어른 앞에서 싸우고 울며 지 할말 다하는 며느리 질렸다고 말 하실까?
당신 아들이 오죽하면 욕하고 그랬겠냐며 나를 욕하실까?
어머님에게 당신 아들이 말을 너무 심하게 한다고 했더니..어머님이 대뜸...왜 그런다냐..그 애는 욕을 안했었는데...하시더라.
나 사실 그말 듣고 순간 당황했어. 나는 당신처럼 많은 욕을 알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나에게만 그런건지..
내가 무슨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시냐...하면서 술마시고 여자들하고 어울리고-룸싸롱이든,단란주점이든,노래방이든,나이트든 안 다니는 데 없이 다니잖아..그런데서 여자없이 놀겠어? 남자들이? 다 뻔한 거지- 요즘에 귀족스포츠라는 골프까지 시작한 당신...
이유야 어찌됐든 당신은 스트레스 풀 기회가 많이 있잖아..한 번쯤은 나에게 미안하다는 생각 해봤어?...니가 나한테 잘 하는게 없는데 내가 미안할게 뭐 있냐고 생각하나..? 내가 벌어서 내가 쓰는데 뭔 잔소리냐고?
나한테 함부로 하지 말아줘.. 나도 사람이야..대학도 못 나왔고,우리 부모 부자 아니고, 내가 뭐 기술이 있는것도 아니고, 외모가 특별한 것도 아니고 정말 내세울것 없지만..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잖아..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서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우리그런 보통 사람이잖아...그런데 왜 당신은 왕이고 나는 하녀야..
당신은 빠듯한 살림속에서도 뭐하나라도 보태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우리 부모님에게 그렇게 함부로 욕을 하고 그래?
자기가 욕하는 당신 장인.장모가 그래도 우리 돈 빌려 주시고 남한테 당신 보증서주고 때되면 당신이 챙기지 않는 애들이나 나한테 선물 사주시고 시간나면 애들 봐주고.살림 챙겨주시고 다 하잖아..
나는 못 한다고 해도 그런 장인.장모가 어딨어..내가 못하면 나를 욕하지 왜 내 부모욕을 해서 나를 미치게 하냐구..
짐승도 지 싫어하는거 안다고 했어..하물며 나는 사람인데 큰형님이 나 무시하고 싫어 하는거 내가 몰라?..그런 나에게 안부전화 같은거 하라고 시키지마..나 그런거 모른척 하면서 전화하고 그런 독한여자 아니야..그나마도 나 앉혀 놓고 듣기 싫은 소리 할때 참는것 만으로도 나 무지 노력하고 있는거야...
제발 나를 좀 이해해줘.. 당신은 어떻게 누나라고 당신 누나편만 드는거야...내 입장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하긴 당신이 내 맘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너 땜에 형제우애깨졌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 안 했겠지... 내 동생하고 내가 싸우면 당신이 책임져야 하나?...아니잖아..당신 형제들끼리 서로 오해하고 이해 못하는 부분까지 내가 나서서 풀어줄 수는 없어 가뜩이나 복잡한데 나 때문에 더 서먹해졌다고 한다면...그래도 나는 할 말이 없어.
나는 큰형님이 무섭고 싫어...애들을 셋이나 두고 이혼하고 자식을 버리는게 너무 독해보여..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그 속은 어떻겠냐고 이해하고 동정하다가도 내가 정말 진지하게 이혼을 생각하는 요즘에도 끝내 결단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아이들때문인데...정말 모질고 독하지 않으면 그렇게 못해..그 모질고 독한 모습으로 나를 대하는 태도...그리고 이혼하고 이제는 돈 좀 벌었다고 잘난척 너무 하시는데 그런 모습이 너무 교만스러워서 더욱 싫어...외제차 사시겠다고 왜 우리에게 가격을 물어보시는지..나나 당신이나 외제차 타보기나 해 봤어?...뭐라고.. BMW를 혼자서 타고 가는것 보다 티코라도 가족이 꽉차서 타고 가는게 행복이라고...? 그 행복 당신 자신이 깨지 않았었나? 애들 버리고 집나가서 연락 끊겼을때 그 뒷바라지를 내가 다했는데...당신 작은 누나도 그런 큰누나 모습이 싫다고 모른척 할때 였어...당신은 내가 누나 욕한다고 지금 속으로 또 나를 욕하겠지..하지만 어찌보면 내가 당신보다 더 객관적으로 당신 누나를 보고 있는 건지도 몰라..
당신은 당신 발등을 찍고 싶을 정도로 나랑 결혼한게 후회된다고 했지..그건 아마 피차일반일거야.
하지만 내가 당신을 선택했고 당신도 누나가 그렇게 반대하는 결혼을 했을때는 어느 정도 각오하는 바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해.
내가 봤을때 당신은 당신 누나에게 나를 더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나에게는 당신 누나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방패막이 되어주어야 했었는데 당신은 그렇게 하질 못했어..
당신도 중간에서 잘 한게 없다는 얘기지.. 그냥 당신은 가만히 있고 우리가 알아서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당신의 그 우유부단한 성격만 더 보여준것 뿐이지.. 누나는 나를 대놓고 싫다고 욕하는데.. 나는 참고 있을 뿐이였고 마음속으로 싫어하고 무서워하는데 내가 가까이 할 수 있었겠어?....모르겠다...이것도 둘이 똑같기 때문에 싸우고 있는 모습이지도...
:
당신도 뭔가 생각하고 있는게 분명 있을거야..이런 점이 아쉬웠다든가..나의 이런 모습은 정말 싫다든가..이혼을 생각한다든가..어떤 얘기든 욕이 아닌 진실한 마음의 얘기를 제발 나에게 써줘..
글로 쓰면 어느정도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애..당신에게도 좋을거야...
우선 나는 아직까지는 이혼 생각은 없어..그건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이때문이야.. 내 아이를 엄마.혹은 아빠 없는 결손가정의 아이로 다른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차라리 대화없고 마음없는 가정이라도 우선은 지키고 싶은게 지금의 마음이야..
여기서 내가 ...지금까지는 이런걸 당신에게 못했으니 앞으로는 잘 할께..하는 식의 말도 이상한것 같아..부부라는게 어느 한쪽에서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우선 나는 지금의 당신생각을 알 수가 없으니깐 말이야..
:
두서 없이 썼지만 이걸 보고 당신도 드는 생각이 있을것 아니야...그걸 당신도 스스로 정리하는 맘으로 글을 써줘..글 솜씨 탓하면서 미루지 말고 정말 우리 결혼에 중대한 위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줘.. 당신의 생각을 보고 나서 나도 마저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