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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BY 뜨락 2001-09-03

어젯밤 가을 전어가 맛있다는 집엘 가서 간단히 쐬주와 곁들인 전어회를 먹고 늦은 귀가를 했습니다.
집에 오니 남편은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지라 까치발을 하고 다녔죠.
그리곤 아침에 속이 불편해 남편과 아이만 아침밥상을 차려주고는
혼자 아컴엘 들어왔습니다.
어젯밤 내가 없는 사이에 어느 님이 어떤 이쁜글을 올렸나 싶어
열심히 헤매고 있었습니다.
예쁜 꽃들을 올려주신 어느님의 꽃과 음악을 열심히 감상하고 있는데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친구의 전화,
"오늘 00병원에 가보자."
그리곤 대학병원에 입원중인 친구에게로 갔습니다.
병실문을 열기도 전에 온 몸에 소독약을 뿌렸습니다.
사태가 심각한건 알았지만 이정도 일줄이야......


그 친구는 내 오랜 친구,
초등학교6년을 같이 다녔고
함께 학교길 앞의 냇가에서 물장구도 치며 어린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었습니다.
시골엔 면에서 중학교도 하나밖에 없었기에 중학교 역시 같이 다녔씁니다.
그리곤 지는 남자 고등학교로 난 여자고등학교로...
그런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가 많이 아팠습니다.
혈액암이라 합니다.
어찌할 도리도 없는, 손을 써 볼 상태도 안되는 .........


중학교를 졸업하고 난후 우린 이십몇년이 지난후에 동창회란걸 만들었고 거기서 그 친구도 함께 만나 술도 마시며 지난날 얘기도 나누며
웃고 떠들며 즐거워 했었는데....
어느날 부턴가 그 친구는 자꾸 열이 난다며 병원을 들락거렸습니다.
입원을 하고 퇴원을 하고,
또 열이나서 입원을 했다간 퇴원을 하고....
병명이 나오질 않는다 했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심상잖다며 걱정을 했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되어 왔습니다.
웨지간히 병원을 들락거리며 돈이 떨어져 갈 무렵 그 친구의 병명이 암이라 하였습니다.
골수 이식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혈액암.....


며칠전 그 친구를 돕자는 메일을, 편지를 온 친구들에게 띄웠습니다.
초등학교서 부터 대학의 친구들에게까지.
39살 젊은 나이에 내 친구는 힘든 병과 싸우고 있는데.....
많은 친구들에게서 성의를 표시한 돈들이 송금되어왔고,
오늘 병원을 갔었는데.......

그 친구는 머리카락한올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힘든 항암치료를 하느라 지친 기색이 만연합니다.
그 친구의 누나가
"00 야, 친구들 왔는데 누군지 알아보겠나?" 하니 그 친구는
"가시나들, 엉덩이만 키워가지고 니 세명 거기 다 앉지도 못하겄다...." 하며 씨익 웃어보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농담을 했씁니다.
눈물이 나는걸 억지로 참았습니다.
팔과 다리는 뼈와 가죽만 있었고 얼굴과 발은 부어서 평소보다 2배나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와이프도 얼마나 야위었는지.......
불쌍해서 못보겠습니다.
가만있다가도 열이 난다며 온 얼굴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히고,
또 그러다간 춥다며 이불 뒤집어 쓰고.


그 친구가 손을 잡고 싶어했습니다.
가만 손을 잡아보니 뜨겁고 연신 떨리고 있었고....
"숙아, 나으면 우리 술한잔 하자....."그 친구의 말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지가 완쾌 될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 00 야. 꼭 나아서 건강할때 우리 다 같이 만나서
술한잔 하자. 꼭 나아야 된다. 알았지? 이겨내야 된다......"우린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이 천근처럼 느껴졌습니다.
내 친구의 희망처럼 꼭 나아서 술한잔 할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는 39살 젊은 내 친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믿고 싶습니다.
건강을 회복하여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또 좋아하는 술도 마실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걸.....
친구야, 건강한 모습으로 꼭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