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날씬데 못 오니까 사람을 힘들게 할만치 덥기만 하다. 무슨 날씨가 이 모양이람 하면서 툴툴 거리기만 했다.
감각의 제국을 본 후유증이 아직 가시질 않았다. 남편이랑 산다. 어쩌면 평생을 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별 특별한 재해가 없는 한 그러면서도 한편은 너무 불안하다. 이렇게 배는 자꾸만 늘어지고 다리는 탄력을 잃어가고 아무리 그래 아름다우면 될것을 하면서 위안을 해보지만 아름다울리가 그래서 더 이상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을때 우리 신랑이 너무 싫어 목이 막힐 것 같으면 어떻게 하나 싶다.
생각해보니 숨을 들이 쉴때마다 가슴이 메여 오던 사랑은 딱 한번이었다. 그 몇년, 그 아이를 가슴에 묻고 이름도 생각 나질 않지만 잠을 잤고, 밥을 먹었고, 눈물을 흘렸다. 너무도 반듯한 신랑이랑 산다. 그러면서 맑은 눈을 가진 청년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얼굴에 베인다. 몰랐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그러고 있는 나를 알게 되었다.
같은 하늘에 사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다고 생각 했다. 그냥 생각나면 목소리 들을 수 있고 생각나서 보러가면 뒤통수라도 보면 살 힘이 날 것 같은 그런 사랑이 살았었다. 그런데 내가 죽었다. 네살 먹은 아들이 38도9도씩 오를때는 정신을 놓을 것 같이 아이만 들여다 보며 세상의 그 무엇도 이 아이와 비교 할 가치가 없을 것이라면서 울며 가슴 졸이면서 산다. 가슴을 송두리째 내 배로 낳은 아이에게 하나 지고 다닐 수 없는 집에다 그리고 시댁에다 뚝뚝 던져 버리고 말았다.
하늘에서 비라도 내리고 익숙했던 꽃향기라도 나면 그 잃어 버린 줄 알았던 가슴이 아프다. 다시는 돌아 갈 수 없지만 만약 돌아간다면 사랑인 줄도 모르고 지나가버린 그 아이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 줄 꺼다. 여지껏 살면서 문득 문득 수십 아니 수백번도 더 안타까왔던 그 첫 입맞춤이었을 그것을.
사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아끼는 이문구 선생님의 관촌수필이라는 책, 절대로 안썩을 이쁜 그릇들,그리고 내코를 너무 많이 닮은 내 아들, 잃어버리고 싶지않은 것들이 모여 있어야 할 둥지를 지켜낼 조금의 참음과 포기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