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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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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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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 몸무게는 쌀 세 가마니?펌)


BY cok8821 2003-04-17

일의 사단은
막내동생이 전단지 한 장을 가지고 오면서 시작됐다.
“언니야, 이거 봐라. 내가
특종 하나 건져 왔다.”
막내동생이 의기양양하게 전단지 한 장을 떡하니
내밀었다. 전단지엔 큼지막하게 “빅 사이즈 옷, 대세일전!”이라고 씌어져
있다. 그 순간 우리 세 자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이고, 살다 보이
이런 일도 다 있네. 이럴 때 아이모 우리가 언제 옷 한 벌 해 입것노. 가자,
가.”
그래서 우리 세 자매는 오랜만에 옷 한 벌씩 사 입기로 의견을
모았다. 걸어가기엔 먼 거리였기에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택시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우리 앞에서 설 듯하다가는 그냥 쌩하고 달려가 버리곤 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막내동생이 차도까지 내려선 뒤에야 간신히 한 대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뒷자리에 세 자매가 앉고 보니 너무 좁아 숨이 턱
막혔다.
“언니야, 너무 낑기능 거 안 같나?”
“좀 그렇제? 아이구, 내도 답답해
죽겠다.”
그러자 막내동생이 둘째를 쳐다보더니 “작은언니 니 요새 몸이
너무 불은 거 아이가.” 한다.
“머라카노, 니는 가만히 있었나? 지가 더한 거
같구만은…….”
“내 요새 다이어트 하는 거 모르나? 8킬로나
뺐다.”
둘째의 말에 막내동생이 펄쩍 뛴다.
“그래, 그라믄 지금 니 몸무게가 쌀 한
가마니에서 넘었나, 안 넘었나?”
“인자 한 가마니에서 왔다갔다 한다. 큰언니
니는 어떤데.”
서로 몸무게 적게 나간다며 공방전을 벌이더니 기어코 그
화살이 내게 돌아온다.
“나는 그래도 안즉 한 가마니까정 쪼매 남았다. 와
이라노?”
당황한 내가 얼른 대답하자 막내동생이 씩 웃으며 둘째에게
말한다.
“작은언니 니는 훨씬 넘었제?”
“오야, 니는 살 많이 빼서 참 좋겠다.
그래, 한 가마니 넘었다 와!”
세 자매가 뒷자리에 앉아 서로 뚱뚱하다며
입씨름을 하는데, 웬일인지 택시가 출발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는
것이었다.
“아저씨예, 와 안 갑니꺼? 바쁜데예.”
그제서야 입씨름을 멈추고
막내동생이 기사아저씨에게 채근했다. 그러자 한참 동안 우리 세 자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사아저씨가 이렇게 말했다.
“아지매들요, 이기 화물찬 줄
압니꺼? 쌀 가마니가 세 개나 뒤에 앉아 있으니 차 뒤가 무거버서 나갈라꼬
하지를 않네예. 한 분은 내리서 딴 차 타고 가이소.”
“엄마야, 아저씨 지금
승차 거부 할라 합니꺼. 안 됩니더, 고마 가입시더.”
“그라모, 쌀 가마니
한 분은 앞으로 타이소. 차가 균형이 맞아야 앞으로 나갈 꺼
아임니꺼.”
결국 둘째가 앞자리로 바꿔 탄 뒤에야 택시가 움직였다. 그런데 거북이
기어가듯 아주 천천히 움직이던 택시는 백화점 앞에서 우리가 내리기가 바쁘게
마치 속 시원한 화물 버리고 가듯 쌩하니 빠른 속도로 가 버렸다.
“택시기사
아저씨, 진짜 엽기다. 그런다고 쌀 가마니 하나는 앞에 타라 하나?”

투덜거리던 우리 세 자매, 그러나 ‘빅 사이즈 대세일전!’이라는 플래카드를
보곤 금세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진다.
“참말로 맞네. 벌써 다 팔렸으면
우짜노?”
“안 되제, 안 돼.”
우리 세 자매는 돌진하면서 한꺼번에
소리친다.
“특대 있능교? 특대!”
“99도 있어예?”
~함께가는세상5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