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큰 딸이다
나는 큰 며느리이다
나는 아내이다
나는 엄마이다
이런 것들은 나의 생활인데 청소기를 돌리다가 걸레를 빨다가 움찔해져
큰 딸이어서 내일 가족행사에 가
엄마에게 전화해 뭐 사갈거 없냐고 물어보니 없다네(항상 없다그래) 3살짜리 딸아이가 할머니에게 노래해준다며 재롱을떤다(나비야 노래 불렀어) 우리엄마 손녀 줄려고 쑥뜯어 떡해놨다며 아침 일찍 오래(언제나 늦게 가거든 시댁갈땐 아침 먹고 바로 출발해)
TV보던 정모씨 소촌할머니한테도 전화해야지 한마디(나보고 시어머니께 전화하라네) 삐질까봐 전화했지(난 지금 감기기운으로 머리가 너무 아파 약 먹고 잠깐 누웠었어) 옆에서 전화기 붙들고 달래가며 노래시켰어(금방 우리엄마한테 노래해서 안할려고 그러는데 시부모님 교대로 나비야 한번 산토끼 한번) 그럼 쉬세요 뒤에 붙는 말은 내일 오냐? 아니요 내일은 친정갈려구요(지난주에도 지지난주 일요일에도 시댁에 갔었어)
처음부터 맘에 안들었어 정모씨 호적에 들어간거부터 시작해서(그냥 서류라지만 30년동안 있던 내자리에 X표가 그어지고 생소한 정씨네 서류에 떡하니 자리를 꿰찼어 미혼이면 몰라 그 기분)
오늘은 그랬어 내가
그래도 네가 있어 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