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한가운데 있는 우리 아파트 뒤란에도
노란 산수유가 활짝 피어났습니다.
봄은 땅밑에서 부터 서서히 변화를 몰고 왔다가
결국엔 나무마다에 푸릇한 새싹을 돋게 하였습니다.
흙빛으로만 가득하던 화단마다엔 작은 풀들이 품어내는
열기로 초록색 멍이 가득 들고 말았습니다.
양지바른곳에 잔디를 닮은 작은 풀들이 빽빽히 들어 앉고
햇빛이 닿지 못한 응달엔 연두색 이끼풀이 땅위를 가득
덮고 있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것들이 생명의 단초를 전해 주었겠거니 생각하면
그 작은 생명들이 어쩌면 그리도 신비롭게 여겨지는지요...
남쪽에선 숨가쁘게 피어나는 봄꽃들로 수런거리나 봅니다.
얼마전엔 산수유핀 산동마을이 노랗게 물들어 있는
사진을 보았는데 벌써 하얀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고
하네요. 머잖아 배꽃이랑 사과꽃도 피면 세상은 눈물빛깔의
꽃잎들로 아마 어지러울 거예요. 바람에 날리는 하얀꽃잎을
생각하면 마음이 먼저 섬진강변으로 달려 가곤 합니다.
거기에 가면 이 세상 모든 봄꽃들이 어우러져 피어있을 것만
같거든요.
파란 섬진강 물이 흐르고 초록빛 새싹들이 돋아나고
하얀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섬진강변이 아마도
지상의 낙원이 아니었을까.. 하는 혼자만의 상상도 해봅니다.
그 지상의 낙원에 눈물빛깔의 꽃들이 피어나면 그때가
바로 사월이겠습니다.
봄은 삼월부터 시작하겠으나, 그 절정은 사월이기에
개인적으론 사월이야 말로 일년열두달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월의 꽃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벚꽃의 행렬을 뒤로 조팝나무 이팝나무에 하얗게 꽃구름이
뭉실거리면 뒤이어 배꽃과 복숭아꽃이 바람에 꽃잎을 날리거든요.
가까이에선 목련이 한창이겠지요.
양지바른 곳엔 성급한 목련이 벌써 그 커다랗고
하얀 꽃잎을 우아하게 펼치고 있습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만날수 있는 목련이야 말로
사월의 꽃이랄수 있겠지요.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라고 노래한
백남옥의 사월의 노래가 갑자기 듣고 싶습니다.
이메일 대신 편지를 써서 빨간우체통을 찾아 나서고 싶은
사월입니다.. 오늘은 진달래꽃빛을 닮은 연분홍 편지지를
사서 친구에게 편지를 써볼까 합니다.
그렇거든, 사월이 가기전에 목련꽃 그늘 아래서 친구로
부터의 편지를 읽는 행복을 느낄수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