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을 넘기면서 요즘처럼 날밤을 꼬박 세워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어제 아니 정확히 그저께 밤일이다.
큰 아들 고입 시험을 3일 앞두고 새벽 2시까지 잠못자는
아들을 위해 따뜻한 조끼를 뜨기 시작했다.
손뜨게를 놓은지 20년 넘었지만 초고속으로 빨리 뜨던 예전의
내 솜씨만 철썩같이 믿고...
그러나 아차싶었다.
손가락은 더듬거리며 마음만 조급해지고 앞판 하루 뒷판하루
그리고 마무리를 하루안에 하면 끝나겠지...
나의 계산보다 현실은 엄청 차이가 났다.
주위에서 무리한 모험을 한다며 꿈 깨라고 일러 주었고
중학교 생활 3년을 거의 PC방에서 보낸 아들이 늦게나마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 보면서 그날부터 새벽4시까지 오직
아들을 위해서 엄마가 할수 있는 정성을 보여 주겠다며 열심히 떴다.
그러나 마지막날까지도 실타래는 나를 비웃고 있었다.
지독한 독감으로 몇일 째 고생중이었기에 남편은 극구 말렸고
아들도 "모자나 하나 떠주세요" 했다
콧물이 줄줄 흘러 치마자락 앞에 화장지를 수북이 받쳐놓고
심한 제채기에 기침이 나의 의지를 시험이라도 하듯, 더욱 힘겹게
조여왔다.
모두가 곤히 잠든 깊은 이 겨울밤에 나는 엄마라는 무기를 들고
심한 두통을 이기며 진통제에 취해 사력을 다했다.
몇번인가 마흔 중반의 나이를 속일 수 없듯이 나의 몸은 한계를
느꼈고 날이 밝아오면서 너무 힘들어 꼭 이래야만 하는지 자신에게
되묻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나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림없는 투정 말라고 절대로 포기하지않을 꺼라고...
난 절대로 나와의 약속을 포기할수 없엇다.
3타래의 회색 실은 6시 45분에 지쳐 쓰러질것 같은
내 손끝에서 조끼는 완성 되었다.
시험을 잘 치루기를 바라는 엄마의 정성어린 조끼를 입고
아들은 시험장으로 향했고 난 곧 쓰러져 잠이 들었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나 시험 잘봤어요. 모두가 엄마 덕분이예요 잠도 못주무시고
저를 위해 수고하신... 엄마 고맙습니다"
나의 눈에는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 엄마란 이런거구나..
그동안 너무 너무 힘들어 숨통이 막혔는데 아들의 말한마디로
몇일 쌓인 피로가 확 풀렸다.
요술공주 밍키가 요술봉을 휘두른것 처럼...
사이버 소설란에 올려주신 그 많은 축하메시지에 답을 올리지
못한 점 예쁘게 봐주시구요 오늘에서야 이렇게 인사를 올립니다.
여러 님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