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하늘에 하현달이 떠 있는 새벽,
아직은 새카만 바다를 가르며, 열척의 배들이 줄 지어 부두를 빠져 나가고 있다.
이제야 모슬포의 겨울은 끝이 났고, 봄부터 초여름까지 계속되는
자리철이 시작 되었다.
곧 부두의 좁은 진입로에 차가 밀리고, 자리(돔)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부두는 어시장으로 변하게 된다.
자리(돔)는 년중 앞바다에 살지만, 산란기의 최고조인 음력 유월 중순까지만 잡는다.
일곱명에서 열명의 선원을 태우고 나가는 자릿배는 새벽에 나가,
물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오전 중에 작업이 끝나고 늦어도 세시를 넘기지 않고 입항한다.
바다는 넓지만, 밑바닥에서 돌출되어 나온 '여'가 고기들의 집이 된다. 고기들에게도 들어가 쉴 집이 필요하다.
고기들이 사는'여'에는 이름이 있는데, 물결이 너무세서 부인이 과부가 된다는 '홀애미섬',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딴 '상헌이 아방(아버지)여' '10원짜리여' '50원짜리여''넙개'.....재미있는 이름들이 많다.
배들은 많고, '여'라는게 넓은 바다 중 제한되어 있기때문에, 한창 철에는 자리경쟁이 치열하여, 그 자리에서 밤을 새워 기다리기도 한다.
자릿배는 본선에 한 두사람을 태울수 있는 '뗏마'라는 작은 배 두척을 싣고 다니는데,본선과 두척의 뗏마가 그물 끝을 잡고, 밑바닥에 드리우고 있다가,
아침에 잠이 깬 자리떼들이 그물 위를 지날때, 끌어 올리게 된다.
지금은 어군탐지기를 보면, 고기들이 점으로 표시되어 알 수 있지만, 예전에는 선장들의 감에 의존했었다.
유능한 선장은 자리가 많은 '여'에 배를 잘 세워야하고, 고기떼가
그물 안에 정확히 들어 왔을 때, 그물을 '내라'는 신호를 적절히 보내야 하고, 그물이 찢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리배만 20년이상 해온 선장들은 첨단의 기계라해도 쉽게 믿지 않는다.
바람과 물결과 날씨와 멀리 보이는 가파도 마라도를 기준으로
눈으로 가늠한다.
실제 기계의 기록과 눈가늠을 잘 조화시켜야 만선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눈가늠은 오랜 경험의 그래프일 것이다.
어느새 날이 밝아 온다.
그물을 펴 놓고, 화장이 우리 집에서 챙겨간 재료로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까?
갓 올라온 팔딱이는 자리를 썰어 자리물회나 자리 무침을 해서.....
나도 아침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