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잘 알고 있어요>
외국에서는 한 사람의 행동이 그 나라의 이미지를 좌우한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면 행동도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일본에서 만난 한 중국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때 난 일본어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오후에 수업이 있
어서 오전 중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까페 드 모네'란 멋진 이름을 가진 그 가게는 빵 세 종
류에 커피와 다른 한 두가지 음료를 파는 곳으로 아침 식
사를 못 하고 출근한 샐러리맨들로 무척이나 붐볐다.
일하는 사람은 두 파트로 나뉘어 있었는데 한 명의 일본
인 점장에 아르바이트생이 세명 정도였다.
그 곳도 인건비가 비싼 일본인 대신 외국인 아르바이트생
을 쓰고 있었는데 중국인 두명과 한국인 두명이 있었다.
한국인은 나와 같은 곳에서 공부하는 한 학생이었고 중국
인은 나보다 네살 정도 더 먹은 그 당시 삼십살인 여자
와 사십대의 남자였다.
두꺼운 테의 안경에 머리에는 제법 희끗한 새치가 있으며
별로 말이 없는 그 중국인 아저씨는, 직접 확인해 보지
않았으니 사실인지 알 수 없었으나 중국에서 교수였다고
했다.
하긴 중국에서 왠만한 사람아니면 일본에 오기가 쉽지 않
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삼십대의 그 여자 중국인은 남편이 의사인데 일본
에서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일본어를 정식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아르바이트
를 오래 한 덕분인지 의사소통은 웬만큼 되었다.
중국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지저분함'인데 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당시 내가 머물고 있는 방에 바퀴벌레가 있었는데
크기도 한국의 몇 배나 되었고 압사를 시키면 뻘건 피가
나와 참으로 징그럽게 한 놈이었다.
깨끗하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바퀴벌레가 있다는 사실
이 참 신기했고 또한 귀찮기도 해서 그녀에게 집에 바퀴
벌레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번에 그녀는 "우리 집은 깨끗하게 해 놓아서
바퀴벌레가 하나도 없어요" 하는 것이었다.
과연 그랬을까?
그것 또한 내가 확인해 보지 않아 알 수 없는 일이나
바퀴벌레라는 건 이집저집 돌아다니기 때문에 한 집만
청결하다고 하여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일본인보다 더 깔끔한 행동을 하는 그녀의 행동은
왠지 의식적으로 그러는 것 처럼 보였다.
중국인의 높은 자존심같은 것도 때때로 느꼈다.
어느 날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이 하나 더 들어왔다.
제일 나이 어린 이십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같은 중국인으로서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그 곳에서는 일할 때 위에만 가운을 입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한가한 시간을 택해 세탁 편의점에 가서 세탁을
해야 했다.
편의점은 그리 가깝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녀는 지리를
잘 모른다는 핑계로 그 일을 피하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그 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좀 지루하긴 했지
만 워낙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는 거의 그 일을 도맡다
시피했다.
그런데 새로운 그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이 세탁을 하러 가
게 된 날, 그녀는 자청해서 자기도 같이 갔다온다고 했다.
새로 온 사람이라 편의점의 위치를 모르니 자기가 알려준다고 말이다.
그러자 일본인 점장이 그 곳을 알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물론 잘 알고 있어요. 다녀 올게요" 하면서 가게문을 빠져 나갔다.
점장과 나는 동시에 마주 보았다.
참으로 어이없는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