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남편은 동창모임에 가서 뒷풀이를
다 못끝내고 우리동네까지 왔다.
남편친구들의 전화가 발발이 왔다.
나보고 나오라고....
여자친구도 있는지 돌려가며 바꿔주며
나오란다. 그냥 잘놀다 가라고 했지만
친구들의 성화에 남편은 마지못해
잠깐 나왔다 가란다.
근처 노래방에 가니 친한친구들만 남았는지
여자두명에 남편까지 5명이 있었다.
모두들 술이 거나하게 된상태였고,남자친구들은
면식이 있는얼굴들인데 여자친구들은 낯설다.
연한톤의 옷을 입은 여자친구들과
다분히 의도적으로
흰색8부바지에 요란한꽃무늬가 있는
하늘색면티를 입은 나를 보더니 남편의 못마땅한 표정이
얼굴에 보였다.
여자친구들은 조금은 놀란눈으로
'어, 너무 젊다.영계네' 했다.
하기야 남편과 나이가 같으니 모두다 나보다 4년위다.
50대와 4ㅇ대의 차이점
사위도 본 아줌마들이니 그래도 나는
아직은 일년 몇개월이나 남은 40대인데...
속으로 우쭐해졌다.
자기들은 늙은 영감하고 사는데
남편더러
"**아, 너는 좋겠다, 젊은 언니하고 사네"하며
부러운듯이 놀렸다.
동창이란 저렇게 좋은걸까,
니,내 하며 어깨동무하고 노래도
부르고,껄죽한 농담도 스스럼없이 하는 분위기에
물위에 뜬 기름마냥 나는 대화에 끼어들수가 없었다.
그냥 웃으며 듣고 있을수 밖에...
술이 취한 남편은 여자친구를 끌어안고 부루스를 치기도 하고
같이 합창으로 뽕짝노래도 부르고...
그런데, 왠일인지 전혀 질투심이 일지 않았다.
늙다리들끼리 잘해봐라 싶은 우쭐함때문이었을까.
몇년 더 젊다는 오만함때문이었을까.
어쨋던 기분이 묘했다.
가요무대에 나오는 노래란 노래는 다 나왔다.
한사람이 부르면 다같이 합창을 하고.
남자친구들이 "제수씨, 노래 한곡해봐요"하며
나를 끌어당겼다.
뭘할까 생각하다가 세대(?)가 다른데
자기들 모르는 노래를 해야지 싶었다.
엊그제 딸에게 며칠동안 배운 노래가 있었다.
사람과 나무의 '쓸쓸한 연가'
제목도 전주곡도 전혀 모르겠는지 김이 빠져
모두들 자리에 앉아 내가 부르는 모습만 바라보았다.
친구들은 '역시 세대차이 나네'했고,
남편은 평소에 자기비위맞춘다고 얌전히 서서 뽕짝만 부르던 내가
신세대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추니 토끼눈보다 더 커졌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나이가 들수록 화사하게 입어야 된다면서
조금 튀는 색상의 옷을 입으면
'당신도 이제는 할망구 소리 들을때 되었으니
착각하지 말고 알아서 입으라'고 면박을 줬던 남편에게
고소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 자기가 더 젊다고 큰소리 치던 남편!
집에 돌아오더니 내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우리 마누라가 쪼매 젊기는 젊네"
흥~ 그걸 이제 알았나. 영감! 꿈깨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