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날에 대문에 써붙인 입춘대길과 건양다경이
내리는 빗물에 촉촉히 젖고 있습니다.
봄비가 내리는 절기인데도 꽃샘추위 때문에
장수와 남원지역에는 새벽에 봄눈까지 내렸습니다.
오늘은 경칩입니다.
꽃샘추위로 속삭을 파고 드는 바람이 차갑다고 하지만
냇가의 버들강아지가 배시시 눈을 뜨고
땅 속에 들어가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대보름날 쥐불에 그을린 밭둑과 논둑에서는
도란도란 속삭이듯 새싹들이 돋아 오르고 있구요,
마늘밭에 덮어뒀던 짚을 뚫고 마늘촉도 올라 옵니다.
눈에 덮여 누렇던 보리싹에도 파란 물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눈녹은 물로 제법 불어난 개울물은
큰 돌, 작은 돌 사이로 졸졸 소리를 내면서
흘러내리구요,
밑바닥이 훤히 비치는 개울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닙니다.
개울가에 불을 지펴놓고
아직은 동작이 굼뜬 물고기를 잡다가
산불을 내고 꾸지람을 들었던 어린시절의 추억도
떠오릅니다.
이제 바야흐로 농부들의 손놀림이 바빠지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씨뿌리는 수고가 없으면 결실의 가을에
거둘것이 없는 것 잘 아시지요?
경칩때부터 부지런히 서두르고 씨 뿌려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수 있다는 진리를
경칩날에 다시 소중하게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