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부러져 나갔다....
오른쪽 검지 손톱.....
열 개의 손가락에 걸린 열개의 손톱.....
그 중에 매번 같은 손톱이 잘린다...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
5월 18일, 목요일 오후, 세시를 조금 넘어선 시간....
블라인드를 쳐놓은 창 사이로 조각난 하늘을 바라본다....
흐리다....
건조해진 마음탓인진 잘 모르겠지만...
한껏 가라앉은 내 마음을 난, 어리석게도 날씨탓으로 돌린다..
정말 바보같은 짓이다.....
어젯밤 기형도의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을 다 읽고 덮었다..그리고 그의 글들 앞에서 한없이 까발려지는 나를 발견했다..
열심히, 치열하게, 완벽하게 살다간 그의 생을 보고..
어쩌면 이 봄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늘 방기해왔던 내삶을...나를....
언젠가 부딪혀보리라 생각만 해왔던...기형도의 글.....
이제 한치의 여유도 없이...오차도 없이..
이렇게 나를 휘갈겨 놓으며 쳐들어 온다...습격한다...
이미 예고된 하나의 숙명처럼...
늘 미뤄만 왔던 그의 글들이, 한줄 한줄의 문장들이 당혹스럽다. 그의 칼날같은 매서운 문장아래..주저하며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내 실체가 고스란히, 움직임 없이, 그 자리에서 나란 존재를 확인시키고 있었다.....
비가 왔으면 싶다......
그 비에 좀더 투명하게 나를 비추고 싶다.....
......빗소리의 리듬에 맞춰 내 삶도 흐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