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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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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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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먹는 가족....


BY 오이 2003-02-20

저희 시어머님은 옛 풍습을 잘 따르신다고 해야하나.
1남 2녀 인 집안에 그것도 우리 남편은 40이 되어서야 태어나서 그런지 그런 것에 의지를 많이 하시는 편이세요.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놀랐습니다. 처음 집으로 이사를 올때도 부적을 태우시고 이곳저곳에 부적을 붙이시고 하길래 새집이니까 저러시겠지 했는데 그후 얼마후 정말 엄청 놀랐습니다.

시골에 가족들이 간만에 모여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다음날 다 출근을 해야하는 사람들이라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짐을 챙기고 일어나려고 하니 어머님께서 물병과 종이를 가지고 오시더라구요. 종이는 화선지 같았는데 조그만 것에 먹으로 그림인지 글씨인지가 쓰여져 있었어요. 컵에 물을 따르시더니 그 종이를 불로 태워 컵에 넣고는 식구들에게 차례로 마시게 하시는 거예요. 더 놀라운것은 아직 초등학생인 조카들도 아무 소리 없이 그걸 마시는 거예요. 이런이런 결국 제 차례가 와서 어른이 주시는 거라 어쩔수도 없고 마셨죠.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저게 뭐냐고 했더니 부적이래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남편은 아직 20대 인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거예요.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 후로도 그런 일들은 빈번하게 보여졌고. 우리 애기가 태어나 집으로 데리고 올때는 부적을 몸애 문지르고, 급기야 애기가 밤낮이 바뀌어 밤에 심하게 울어대니까 시어머님께서 부적을 태워 애기 우유병에 넣어 주라고 하시는 거예요. 경악과 놀람...... 물론 전 반대했고 애기한테 그런건 못 먹이겠다구 했죠.

요즘도 어머님께 전화해서 애기아빠가 몸이 좀 피곤해 한다고 하면 어머님께서는 부적을 태워 먹으라고 하세요. 그리고 시골에 있다 집으로 와서 보면 농사지은 것을 이것저것 싸 놓으신 틈에 그런 부적들이 신문지에 고이 싸여 귀퉁이에 넣어져 있어요.

처음엔 어머님이 도대체 왜 저러시나. 모든게 부적으로 해결이 될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저런 것에 메이셔서 저러시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요.
그건 남들이 생각하는 그냥 미신의 부적이 아니라 어머님이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이라는걸요. 그래서 요즘은 어머님 마음 편하시라고 어머님이 그런거 해주시면 아무말 없이 받아 먹고 가지고 오곤 한답니다. 그게 다 어머님의 사랑 아니겠어요?

대구참사에서 그렇게 불을 지른 사람도 어머님의 사랑을 알고 있었을까요? 그랬다면 그런 엄청난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