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한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제, 그러니까 두시가 넘어서 유치원에서 와야할 아이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한 이십여분동안
아이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유치원이 가까워서 걸어다니는 아이가
혼자 걸어오다보면 여기기웃 한번, 또 저기기웃 한번하다보면
일이십분의 족히 걸리는 법이니까..
그리고 늘상 제시간에 딱 맞춰 집에 들어오는 법이
별로 없었으므로 오늘도 누구랑 장난질좀 하다 늦어 지겠거니
싶었다.
밖엔 새벽참에 내린 눈으로 길이 조금 미끄러울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아마 흙위에 아직 녹지 않은 눈덩이를 모아 눈싸움이라도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므로
정말이지 여느때처럼
별 걱정없이 아일 기다렸다.
그런데 한 이십여분이 그렇게 흘렀을까...
'엄마,..'하며 뛰어들어온 아이가
늦었으니 얼른 피아노학원에 가야지 하는데
목소리가 떨리는 거였다.
'무슨일이니?'하고 아이얼굴을 들여다 본 순간
정말 난 숨이 멎는줄 알았다.
얼굴에 군데군데 묻어있는 저 핏자국,,,그 심상찮은 분위기를
난 정말 견딜수가 없었지만 제이마를 막고 있는 손을
떼본 순간... '악'하고 나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 나왔다.
살점이 떼어나가고 상처라도 말하긴 너무나 큰 상처를
입고 들어 섰던 것이다.
그때의 그 상황을 떠올리니 새삼스럽게 손이 다 떨려온다.
어떡하나... 난 너무도 이성적이지 못한 엄마였다.
어찌해얄 줄 모르겠어서 아일 붙들고 울고말았다.
어쩌다 그랬니?
아이는 횡설수설이다. 친구랑 누가 먼저 달리나 하고서
뛰어가는데 계단앞에서 누군가 밀었다는 것이다.
누군지 잘 모르겠단다.. 그러는 아이를 붙들고 난
침착했어야 했지만 그 상황이 너무나 밉고도 미워서
난 엉엉 울어 버렸다. 그러게... 엄마가 집에 빨리 들어오라고
했잖니?? 하는 말만을 되풀이 하면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아빠한테 와달라고 전활 했다.
아빠는 다행히 시간이 되어서 빨리 도착을 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는 오히려 침착해 보였는데
나는 왜 그리도 마음이 뻥뚫리는 느낌이 크던지...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네 깨끗한 얼굴.. 네 반듯한 얼굴을 주어서
엄마인 나는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는데...
네 큰눈을 반짝이며 책을 읽거나
피아노를 칠때면 너의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데..
그리큰 상처를 그 얼굴에 내왔으니.. 난 정말 이 상황을
도저히 아무일 없단 듯 받아 들일수가 없었단다....
아가............
깊게 패인 상처를 바라다 보며 눈물 짓는 엄마가 안되었는지
아이가 그 작은 손으로 엄마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렇게 잘 크는줄 알았다.
큰애가 두살때 눈위가 찢어져 응급실에 실려 간적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엄마들 말로는 한번씩 그렇게 큰일 한번씩
치루고 크는 거라며 각자가 겪은 황당한 사건을
얘기하곤 했었다.
그래서, 이제 유치원을 졸업하는 둘째녀석은 이렇게 별탈없이
자라주어서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다행히 별이상이 없어서
곧바로 마취를 하고 몇바늘인가를 꿰멨다.
아이는 의젓하게 그 모든 과정을 침착하게 받아 들였다.
상처를 소독하는 동안은 조금 몸을 움직였지만
그것도 아주 자신의 고통을 절제 하는듯한 작은 움직임이었다.
상처를 꿰매는 동안 나는 차마 그 과정을 보고 있을
엄두가 안나서 아빠가 아이곁을 지켰다.
'대견하다고', '다 컷다고' 아빠가 그리 표현했다.
울듯한 내표정과는 달리 아빠의 표정엔 대견함이 묻어났다.
'우리 이만하길 다행이라 생각하자'며 따뜻한 손을 내밀어
나를 감싸줄때에야 비로소 이성을 되찾았던가...
상처를 꿰매고
주사를 맞히고 주의사항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다시 한번 쓸어내린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지만,
그래서 맘껏 뛰어 놀아야 하지만 흙과 나무의 세상인 예전에 비해
너무 모나고 뽀죡한 것들이 너무 많은 현대의 건물들...
그리고 어디든 너무 많은 계단들.. 유난히 흉기로 보이는
그것들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아이에게 더 조심하라고 안전교육을 시키는 방법
밖에 다른방법이 없지만 웬일인지
아이의 그 일이후 난 한없이 마음이 오므라 드는 느낌이다.
제발이지 아이야,이 세상의 엄마아빠의 아이들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