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재워놓고 일어서는데 "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휴.....답답해.그는 컴앞에 앉아 고스톱이나 영화를 보다가 슬며시
잠을 잘것이다.답.답.해.
대강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이럴때 술이나 한잔 하자며 불러
낼 친구없나. 피식.헛 웃음이 난다.불러내기는 커녕 이 시간에
길게 전화 통화 할 친구 고르기도 힘들다.
다들 남편 혹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어서 우울한 내 목소리로
기운 빠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터덜터덜 상점들과 유독 따뜻해 보
이는 술집들을 기웃거리다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그래도 답답해 집
옆 공원에 올라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뺨을 스치는 밤바람은 얼얼함을 지나 상쾌해졌고.마음도 훨씬 가벼워
졌다.사뿐.한 발치만이라도 가벼워 지고 싶어.
몇바퀴를 돌았는지 헉헉 몰아치는 숨이 턱에 차 올랐다.힘들어.
사람은 아기였을때는 숨을 배로 쉬다가 점점 올라와 턱에 차오르면
죽는다지.죽을 때라지.아.죽음이라니.아이들은?나만 꺼멓게 바라보는
아이들이 스스로 떠나고 싶을때까진 보듬어야 될 내 피붙이들은.
20대에는 그저 가방만 싸서 기다란 코트라도 걸치고 떠나면 그만이
었지만 30대에 그렇게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어디를 가도 같은.혹은 비슷한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나역시 서른 여섯.인내나는 세상을 알고
겪어 왔기에.현실의 뒷면에 가방을 싸서 기다란 코트를 입고 떠나도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안다 허망한 꿈....그렇지 않데도 그닥 떠나
고 싶지는 않다.여기에서. 지금.난 알고 싶고.정리하고.극복하고 싶다.그를 사랑은 하기나 한것인지.사랑을 잘못해온 것은 아닌지.그럼
어떻게 하는것이 사랑인지.아니면 사랑은 저혼자 흘러가라고 하고
그를 안 십년 세월의 나이테에 쌓인 표현되지않는 더러운 정으로
함께 늙어가야 하는지.그것만으로도 함께 늙어갈 이유는 충분한 것
인지.사람이 부부로 만나 새끼를 낳고 살아간다는 것이 왜이렇게
뻐근한 일인가.누가 가정을 아름다운 동화라고 했나.픽.
문을 열고 들어오니 훅.반기는 따뜻함.날씨가 춥긴 추운가보다.
그는 여전히 콕 틀어박혀있고.아이들 배는 오르락내리락 달콤하게
자고 있다.그는 아마도 떨어져 살자는 내 말에 아무 대꾸도 안할
모양이다.이렇게 주고받는 부딪쳐서 오는 대화없이.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무의미하지만 그는 영락없이 집을 나가고 들어
오고.아이들은 아빠의 기운을 느끼고....그러나.그러나.
오늘도 아무소리를.대화라는 것을 하지않은 부부들.혹은 이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부부들.그들을 잇고 있는 끈은 무얼까.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