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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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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터널을 벗어나.


BY lsh1951 2002-12-30

*** 아주 어릴때 내 어어니와 기차여행을 한 기억이 납니다. 여섯살때인가?...
친척집 결혼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였던 것 으로 기억납니다.
난생처음 타보는 그 기차라는 것은 마치 어둠침침한 괴물같았습니다.
십리길을 걸어서 왔지만 긴장되어 다리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사람들 틈에서 행여 어머니 손을 놓칠새라 어금니를 꽉 물고 있는 힘을 다해 손을
잡고 그 괴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밀려들어간다 는 표현이 옳았습니다.
옥색 치마에 연두빛 명주두루마기,흰 고무신을 신은 내 어머니는 단연 귀부인으로
주변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옷 버릴것이 신경쓰이는 듯, 연신 사람들을 밀어내며
짜증섞인 표정이로 엉거주춤 서 계신 앞자락에 ,조그만 나는 너무도 긴장되고 덜덜
떨려 명주두루마기속에 얼굴을 묻고 사력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타보는 차안의 냄새는 지독하게 역겨워 숨을 쉴 수 없게 속을 뒤집었습니다.
목구멍에서는 울컥거리며 무엇인가 넘어오려고 아우성이고, 심한 흔들림으로 어지러
워 눈앞이 노랗고 머리가 깨질듯 이 아팠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기차안이 캄캄해 졌습니다.터널속으로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앗찔하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순간!~목구멍속에서 아우성치던 이물질이 그만 '왈칵왈칵 '솟구쳐 나왔습니다.
그 캄캄한 터널을 지나는 시간이 마치 아득한 미로속으로 뺑글뺑글 빠져드는 것
같았습니다.
기차가 터널에서 우렁찬 기적소리를 울리며 빠져나왔을 때의 그 참담함이란~~~
눈부신 연두빛치마폭은 곤죽이 되어버렸습니다.
내평생 그 아득한 절망의 순간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면서또한
평생 기차만 보면 악몽처럼 떠오르는 인(印)으로 새겨져 있는 기억입니다....
(난 지금까지 심한 멀미로 차를 타지 못합니다...직접 운전하는 외에는)

*이제, 그때보다 더했던 긴~절망의 터널을 벗어나 서서히 빛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 조금은 겁이 납니다. 어머니의 치마폭처럼 곤죽이 된 내 모습이
절망적인 심정이 파도처럼 밀려올때 형언할 수 없는 고독함을 어찌 이겨낼지 ....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 심어줄 씨앗을 만드는 삶으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그 긴 암이란 터널을 빠져나왔는데 무엇인들 못이겨 내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사람이 이겨낼만큼만 시련을 주신다"는 말씀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