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발바닥에 땀나고 머리가죽에 땀 고이는 한여름날 아침에 생긴 일이다...
의류소매업을 하면서 웬만해선 자유시간이 없었던 그녀에게....
3일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7월의 막바지....
아이들도 방학을 했겠다....서울로 물건도 하러 갈겸..
고속버스 왕복표를 끊고 부푼 가슴을 안고 서울로 향하기 몇시간 전...
은행을 들어갔다...
빨간지갑이 돈이 많이 생긴다기에 아들에게 협박(?)하다시피 받아 낸
생일선물이었는데.....
그 지갑속으로 자기앞수표 140만원과 현금 60여만원을 집어 넣고....
가게로 들어와
늘 하던대로 쇼파 위에 빨간지갑이 든 빽을 휙 집어 던지고는
가게를 청소하고 있던 차였다...
이른 아침이면 주변 가게에서 도난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항상 그녀 남편이 주의를 시켰지만 흘려 듣곤 했었다...
차분할것 같으면서도 덜렁대던 그녀.......
일은 벌어지게 되어 있었다...
웬 남정네 하나가 가게 앞을 왔다갔다 한다....
그렇지 않아도 큰 대형차 한 대가 가게 앞을 막고 있어 차주인가 싶어
한마디 하려하는데 그냥 되돌아 간다....
아무 생각없이 옆 화장실에 들어가 걸레를 가지고
들어오는데 가게 안에서 나오는 남정네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녀.....
참 생각도 없지.....
"뭐 찾으세요"하며 묻는다....
아침부터....수상히 여기고도 남을 남정네를 손님으로 알고 물었으니.....
그런데 그 남정네....아주 담담히....마네킹에 입혀놓은 옷을
가리키며 얼마냐고 묻는다..
"아...그거요..."하면서 진열해 놓은 옷의 텍을 보며 얼마인데요 라고 말하는 순간 ....
그 남정네....발에 불이 나도록 뛰는게 아닌가...
그 순간......
쇼파 위에 놓여져 있는 빽을 열어보니.....앗뿔사.....
스치고 가는 그녀의 돈...돈...돈이 든 빨간지갑....
그 빨간 지갑이 없는 것이었다.....
도둑이야 하고 소리를 내쳐도 늦을 판에 어머 어떡해 하면서 옆가게로
들어간다....
마침 아동복집의 젊은 아저씨가 나와 청소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대충 말을 더듬거리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를 하고 있을 무렵 지나가는 사람....
어떤 사람이 저쪽으로 막 뛰어가더라고 말을 마침과 동시에
둘이서 그 뒤를 쫓았으나 도둑을 잡을 수가 있었겠는가.....
한발이 뭐야...백발은 더 늦었으니...
허벌나게 뛰었는디....ㅎㅎ
사지를 쓸수 없을 정도로 힘은 빠지고.... 눈물은 나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막막해 하는데
그 아저씨가 빨리 은행에 가서 수표 분실신고하고 파출소에 신고하라 한다....
경찰이 와서는 그순간 빨리 신고했으면 잡을수 있었을텐데
왜 그리 늦게 했냐고 한다...
하지만 그때는 경황이....
그냥 도둑을 잡으려는 생각 때문에 신고까지는 미쳐 생각할수 없었다....
그 남정네....인상도 정확히 알고 있는데.....
허우대는 멀쩡해가지고....하이얀 와이셔츠에 40중반 정도의 절도범....
결국 잡지도 못하고 빨간지갑에 들어있던 돈 200 여만원과 고속버스
왕복행을 고스란히 날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현금 인출기로 돈을 찾던 그녀를 표적으로 삼고...
뒤에서 기다리는 척 하며 돈을 지갑에 넣는 것을 확인하고는
계속 뒤를 따라와 기회포착을 한 그 남정네... 그녀가 자리를 빈 순간
봐 둔 빨간지갑을 꺼내 냅다 튄 것이다...
운 나쁘게도 은행에서 돈을 찾는 그 순간(인출시간 전후 10분)...
씨씨티브인가 먼가는 잠자고 있는 중이었다........
대체 은행에다 그 카메라는 뭐하려구 설치해 놓은것인지.......
그해 여름...그녀의 일터에서 일어난 사건의 전말이다.....
은행에 수표 분실신고를 하면 되찾을 수 있다기에 법원까지 가서 절차를 밟고 기다린 지 4개월이 지났다..
법원 2호 법정....
웬지 법원, 경찰서, 세무서에서 오는 서류들을 보면 주눅이 든다....
몇월 몇일 몇시에 2호법정으로 나오라는 서류를 받아드니 왜 그리
겁이 나는지....
죄가 있으면 오죽할까......
법정에 들어선 그녀....
티브이로만 보던 법정....그 분위기에 더욱더 쫄아든다....
법원정리가 일정을 쭉 이야기하면서 형사재판을 먼저 한다고
양해를 바란다는 말을 비친다...
그냥..간단하게 끝날 걸루 알고 있었는데....
웬 형사재판까지 지켜 보고 있어야 하다니.....
직원들이 한명..두명..속속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 맨윗 단상 뒷문으로 판사인 듯한 사람을 대동하고 다섯명이 들어온다...
우리 모두는 일어서서 그들을 맞고 다시 좌정...
식품위생법위반....폭력행위등처벌에 대한....등등...
증인..선서..위증..피고인..변호인...
그녀의 눈으로 직접 법정에 들어와 이런 일들을 보고 나니
세상경험 부족한 그녀로서는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어리벙벙할 뿐이었다...
판사의 질문에 증인석에 앉아 있는 이가 동문서답을 할때면 앉아 있던
사람들 모두 폭소를 자아내게 했고....
피고인 마지막 하고싶은 말 하세요 할땐 눈물 콧물 찍찍거리며 말할땐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떤 남자 피고인(폭력으로 들어온)에게 판사는 "유리창은 왜 깼습니까"
하는 질문에
횡설수설하더니만 "산소를 들이마시고 싶어서 깼습니다."하는 말에 또 웃음바다....
잔뜩 움츠러 들었던 몸과 마음이 조금 편안해 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40 여분 형사재판이 끝나고 시작된 민사재판....
호명하고...신분증 제출하고 본인맞느냐는 말과 함께 서류를 내 주면서
30초도 안되어 판결문 낭독하곤 끝이 난다....
이것이 그해 여름 있었던 사건의 전말에 이은....
법정에 선 그녀의 스토리이다....
철지난 옷에서 꺼낸 돈을 발견했을때의 기쁨....
이러한 돈은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기에 더 기쁘겠지만....
액수가 커서일까....
잃어버렸던 돈 거금 140 만원을 다 찾을 수 있다는 기쁨이....
이렇게 클수가...
거기에 은행에 보관해 두었던 수표분실 보증금 40 여만원과 함께
내 수중으로 180 여만원이 들어온다....
이 아니 기쁠수가....
결국 내 돈 내가 찾게 되었지만.....
그냥 꽁돈이 생긴 듯 한턱 크게 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그렇게 큰 경험을 하고도....
그녀는 아침마다 가게문을 열고 빽을 쇼파 위에 휙 집어 던진다....
여전히...
무슨 일을 얼마나 더 겪어야 정신을 차리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