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와도 좀처럼 쌓이지않아 눈을밟아보기 어려운
대구지방에 지난겨울의 끝자락 2월의 어느날 아침은
함박눈이 쏟아져 온세상이 하얗게 덮혀버렸다.
어린애 처럼 마음이 설래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런날 우리어찌 똑같은 하루를 살수있느냐고 ?
이심전심으로 마음이통한 우리는 오늘하루 모든것
다 잊고 일탈해보자며 반란을 모의하고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보기로 의견을 모우고 남편들의 허락을
받아내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가계 문 닫아걸고 직장에도 결근하고 셋이서 만나
김천행기차에서 바라본 친구들은 다른때와는
눈빛이 너무나달라 놀라웠다.
가족들을 위해 허리가 휘도록 곁눈질한번 안하고
너무나 열심히살아온 친구들은 모처럼의 자신만의
시간에 어린아이처럼 들뜬 순수한마음과 호기심
모험심으로 감격스러워했고 행복해 했다.
김천역에내려 버스로갈아타고 직지사 입구에 내렸을땐
보이는것은 오직 수백만마리의 흰 나비떼처럼
눈발이 내리고있을뿐 다른 아무것도 없었다.
길인지 논인지 분간할수없고 몇미터 앞도 안보이고
하늘과 땅과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에 오직 우리 셋만 존재할 뿐인데
우리는 까닭없이 깔깔웃으며 행복했고 자유로웠고
철없는 어린애처럼 뛰어도보고 누워도보고 눈싸움도 해보고 세상시름
다 잊을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쩌면 누가 본다면 우리는 철없고 미친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오래 갇혀살았고 자유가 없었던 쉰세대인
우리에게 그날은 엄청난 모험이고 반란이었다.
정신을 차렸을땐 버스가 오지않아 고립되는줄알고 두렵기도했지만
마음속에선 무슨일인가가 일어나길 바라는마음도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 동동주마시고 느긋하게 누워기다리다 늦게야
눈이 멎고 버스가 와서 집에올수있었던 그날
술기운에 발그레해진 친구들은 소녀처럼 아름다웠다.
그동안 우린 너무나 우리자신을위해 시간을 내지 못하고
살았구나 가슴아프면서도 올겨울에 눈이내리면
다시 또다른 모험을 해보자는 철없는약속이 기다려진다.
이제 곧 눈이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