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윤달이 끼어있어서 시아버지제사가 7월 장마중에 있었다.
장마사이사이 해가 반짝하고 비칠때마다 제수용품을 사러다니고, 하루는 이불빨래, 하루는 부엌대청소, 하루는 커텐이며 식탁보며 각종 소품들 빨기, 하루는 식혜만들고 물김치 담그고 제기그릇 닦기 ...
일년에 한번, 연중행사인 시아버지제사에 친척들이 많이 오기때문에 난 마음과 몸이 참 바빠진다.
한 일주일을 꼬박 장보기와 대청소에 매달리다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리고 벌써 제삿날이 되어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수순대로 일이 진행되었는데 제사전날 이번엔 왠일인지 모두들 바빠서 못온다고 했다.
누구는 이래서 못오고, 누구는 저래서 못오고...
진작에 알았더라면 장보기도 수월했을테고 대청소도 소청소로 끝났을텐데 그럼 내몸도 덜 고달팠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냉장고속에 가득 채워진 음식물에 한숨이 절로났다.
제사상차림은 가짓수도 많고 각종 전을 부치다보면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어야함에도 정작 칼칼하고 먹을만한것은 없다.
3가지 나물무치고, 3가지 탕을 끌이고, 각종 전을 부치고, 산적 , 포, 생선찜, 식혜, 물김치 , 5가지 또는 7가지 과일 , 떡, 밥, 국, 간장 ...
조상님이 오시는날 늦은밤에 , 병풍을 치고 정갈하게 상차림을 하고 촛불 켜고 향을 피우고 신위(지방)를 놓고 자리를 깔면,
아들이 대문밖으로 나가 혼백을 모셔오고 도포를 입은 신랑이 공손히 맞이하는것으로부터 제사는 시작된다.
조상님께 두번 절을하고 잔을 올리고
이 제사를 지내게 된 연유를 언제 , 누가, 누구에게, 무슨 일로, 무엇을의 형식으로 고하며 제사로 받으시라는 내용의
" 유세차 ( 維 歲 次 ) ~~ "로 시작되는 축문읽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숙연해짐을 느낀다.
잠시후 짧은 제사의식이 끝나고 음복을하고 왁자지껄 상차림이 시작된다.
늦은 저녁밥을 먹으며 친척지간에 밀린 옛이야기를 하다보면 하하호호!! 정겨운 시간이 된다.
제사가 끝난후 친척들도 다 가고 산처럼 쌓여있는 뒷설겆이를 다 끝낸후
마지막으로 내 행주치마를 풀때의 홀가분함은 몹시 피곤하지만 날아갈것만 같은데
올해엔 우리식구끼리만 지내게 되어서 그런 홀가분함을 좀더 일찍 맛볼수있었다.
잠시 일주일간의 조상숭배에서 벗어나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잘살수있는것도 다 조상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처음엔 제사가 들어있는 달이 점점 다가올수록 가슴 두근거리며 몹시 심난하던것이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수월해지고 오히려 제삿날에 모처럼 친척들도 볼수있어 힘은 들지만 반갑기까지 한걸보면
하루이틀 세월을 그냥 헛되어 산것만은 아닌것같아 나이를 먹는다는건 이런면에서 참 고마운일인것 같다.
덧붙여 신랑의 " 당신! 고생많이했어... " 라는 한마디말에 모든게 스르르 봄눈녹듯이 회복되는걸보면 나도 어쩔수없는 평범한 아낙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