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무심한 사람인 탓이 가장 컸다.
그러나 이사를 자주 다닌 것도 원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를 모두 잃어버린 것은…
우연히 길을 가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을 만났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다 기억 저편의 뭔가에 끌려 다시 돌아보았다.
그녀도 뒤 돌아 보고 있었다.
“너,k.n.s지?”
내 이름을 안다는 것은 학교 때 친구를 의미한다.
재빨리 학교 시절로 돌아가 기억을 더듬었다.
‘그래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런데 이름이…’
간신히 얼굴은 기억을 했는데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별 수 없다, 솔직히 머리 나쁜 것을 고백하는 수 밖에…
“그런데 난 머리가 나빠서…, 누구지?”
“나, p.k.s야.”
그 말에 모든 게 환히 떠오른다.
우리는 금방 수다쟁이가 되어 그 시절 친구들의 안부를 주고 받았다.
이렇게 그 친구가 끈이 되어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를 찾았다.
누구보다 현모양처가 될 것 같았던 그녀는 혼자 살고 있었다.
중학교 양호 선생이 되어…
가정이라면 참고서도 보기 싫어 새로 산 참고서를 ‘열심히 공부해서 시집가서 잘 살라’는 농담과 함께 짝꿍에게 주어버린 나 같은 사람도 결혼해서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데…
이 십 년 만에 만나 친구가 반가웠어도 자주 만나진 못했다.
그녀는 직장에 매이고, 난 가정에 매였으니…
다시 시간이 흐르고 난 미국으로 한국으로 또 미국으로…
그리운 친구는 마음 속에 묻어두고 가끔 전화로 안부나 주고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둘 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기까지…
인터넷 덕분에 친구와 하루가 바쁘다고 메일을 주고 받는다.
그 친구가 오늘 아침 보낸 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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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게으르게 미루었던 학교 업무를 집으로 가져와 억지로 하다가 지루해서, 기대도 안하고
메일을 열었다. 그랬더니 이게 뭐야! 에너지가 넘치는 네 목소리가 쟁쟁히 들려온다.
어쩜 너 처럼 살 수있니? 너는 노를 저어가며 강을 건너는 사공같고. 그것도 노련하게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
난 사공이 저어주는 노를 바라보며 뱃머리에 맹하니 강을 건너는 사람 같다.
…생략….
엄살은 토요일로 끝났어. 오늘 네 목소리와 함께 힘이 솟는다. 그리고 그 햄버거 가게에서
너랑 함께 장난치며 일해 보고 싶다. 왜 너는 남자도 아닌 것이 너랑 함께 라면 뭐든 잘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니?
네가 이렇게 함께 있어 행복하다. 그렇게 살아가는 네 모습에 찬사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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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내가 보낸 메일을 읽고 힘이 솟는다니 참 다행이다.
그러나 그 친구가 이것도 아는 지 모르겠다.
내가 자기로 인해 얼마나 힘이 솟는지...
나를 믿어주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오늘 새벽도 친구의 메일을 읽고 나는 기분이 좋다.
이렇게 신나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친구의 귀에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나도 네가 있어 힘이 솟는다!”
"나도 너랑 함께여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