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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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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BY 동해바다 2002-12-05


어둑어둑한 아침...
지나가는 차바퀴 뒤로 물방울이 튀면서 따라간다.
비내리는 이 아침에 나의 움직임이 부산하기만 하다.

숙제도 의무도 아닌 윈엠방송..
꼭 해야만 할 일 같아 가게문 염과 동시에 컴퓨터를 켠다.

간단히 청소를 마치고
보낼 음악들을 선곡한 다음 방송주소를 가져오고...
다른 시각보다 조금 이르게 음악방송을 시작한다.

마음이 급하다..
10시 30분 까지 가야 하는데 윈엠이 또 말썽을 부리고 만다.
누군가 내 음악을 기다릴텐데...

다녀와서 보내도 되건만...
두어시간 공백을 둔다는게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예우가 아닌것 같아
기를 쓰고 꼬물 컴과 씨름을 한다.
꼭 해 놓아야 할 숙제인 것처럼....

프로그램 종료를 시키고 다시 재시작을 누른다...

지각이다 이미...
15분 늦게 들어간 마지막 수업....
이미 선생님은 칠판에 詩 한편을 써놓고 계셨다...

일주일에 딱 두시간...
작년부터 2년째 배워 온 문예창작시간이다....

7년 전부터 무료함을 메꾸기 위해 시민들을 위한 문화학교에 열심이었던 나..
가게 일 때문에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끝을 흐지부지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선 중도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

내실을 쌓아 왔다고 장담을 한다...
무엇을 얻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채워지는 만족감들은 그렇게 배운 사람들만이 느껴질 것이다.

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빗줄기는 굵어만 가고...
약 8개월간의 수업을 마치면서 수강생들이 가지고 온 케익과 함께 마지막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선생님과 도서관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바쁘게 살면서 왜이리 배우고 싶은 것은 많은지...

굳이 가게문 닫아 가면서까지 배운다는 것이 무리인 것은 알지만
어쨌든 머리를 비운 채 살기 거부하는 나만의 삶의 방식이니까....
혹여 '배불러서 그렇겠지'하는 사람이 있어도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다...

다음 주부터 있을 전시회에 그림 두 점과 詩 한편을 제출했다.
무미건조하게 보냈을 나의 7, 8년...
서투르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흔적들이 있기 때문에 창피하지만 자랑스럽다.

가슴과 머리에 하나 가득 앎을 채우고...
가게로 돌아와 '외출중' 팻말을 떼어 내며 다시 내 영업을 시작한다.

하염없이 겨울비는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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