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살며시 감고 지나온 날들을 생각해 봅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여고시절... 그 동창들을 며칠전 만났습니다. 며칠동안 매섭던 겨울바람도 우리들의 만남을 알기라도 한 듯 아침부터 겨울날씨 답지 않게 따사로운 햇빛이 가득했었죠. 다들 어떻게 변했을까... 변한 모습을 상상하기엔 그동안의 세월이 가볍진 않았습니다. 동창회...아니 실은 반창회가 더 맞는 말입니다. 몇주전 부터 친구로 부터 꼭 나오라는 얘기도 나갈 맘 없이 귓등으로 흘려버렸는데... 막상 약속한 날이 되니 싱숭생숭한 것이 아무래도 한번은 나가보고 싶더군요. 나가는 순간까지 망설이다 보니 약속시간이 조금 지나있었습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친구들은 벌써 자리를 잡고 환한 얼굴로 얘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그 순간을 무어라 표현할까요. 친구들은 제가 나타나니 누가 누군지 한번 맞춰 보라는 농담을 던집니다. 그동안 그리웠던 친구들이 거기 그대로 있었습니다. 범생이의 대명사이던 선미는 여전히 지금도 선생님 같은 모습으로 모든걸 표용할 듯한 미소를 띄우고 있고, 학창시절 항상 사내아이처럼 항상 짧은 컷트 머리를 했던 희자는 머리를 어깨너머까지 길러 우아한 여인네 마냥 굵은 웨이브로 한껏 멋을 낸걸 보니 진짜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을 보는 듯 했는데 똑 부러지는 말투는 예전과 다름이 없어 이내 익숙해 집니다. 음악을 좋아했던 희자는 오늘의 만남을 위해 추억이 물씬 뭍어나는 음악을 준비해 우리들의 만남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머리를 질끈 동여 맨 정수... 참... 정수가 머리를 기를 줄이야.. 하지만 예나제나 범상치 않은 모습(?)은 세월이 꼭 사람의 본성은 변화시키지는 못하는 듯 합니다. 예전의 그 어눌한 듯한 말투 속에 강인함이 배어 있었던 모습도 정겹습니다 화중이... 피부가 유난히 맑고 투명했던 아이, 크지 않은 눈이 웃으면 더 보이지 않았던 눈웃음이 귀여웠던 화중이... 쉬는 시간에 함께 팝송대백과 같은 책들을 뒤적이며 흥얼흥얼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미옥.. 마음이 예뻤던 눈이 큰 아이.. 웃음소리가 기억이 나는군요. 예전에 미옥이의 시골집에 놀러간 기억 함께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놀던 기억... 새록새록 새롭습니다. 진선이.. 진선이가 우리 고모 결혼식에서 숙예랑 나랑 함께 축가를 불러 준 기억.. 노래를 참 잘했었던 친구.. 선이.. 웬지...강인한 여전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선이는 이제는 내 마음 다 받아 줄 마음씨 좋은 언니같은 모습으로 사람 좋은 웃음이 떠날 줄 모릅니다. 내 기억으론 가장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아니, 그리 가깝게 지내지 못해서 선이의 또 다른 면을 몰랐을 수도 있겠군요. 종순...쫑 종순이라 불러 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항상 쫑이라 불러서 우리 가족 심지어 아버지 까지 쫑이라 불렀었죠..ㅎㅎ 가끔씩 지나온 날을 추억할 때 빠질 수 없는 얼굴.. 선미와 함께 "고종황제"라는 칭호(?)를 받으며 죽고 못 살 것 처럼 붙어 다녔던 기억. 지금은 둘째 아이를 가져 아쉽지만 술 한잔 못했구나. 애기 낳고 함 뭉쳐야지.. 뒤늦게 공부를 한다며 만학의 꿈을 다지고 있는 정화... 아직도 소녀...아니.. 오히려 소년이 맞는 표현이겠네. 소년같은 모습 여전하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가끔씩 허를 치는 농담 솜씨 여전합니다. 화려한 쏠로로 멋지게 인생을 즐기는 것(?)같은 미애...ㅎㅎ 작지만 당차던 모습, 하나도 변함이 없습니다. 참... 정말 중요한 걸 빼먹을 뻔 했네요. 우리들의 영원한(?)우상 용진이(선생님 죄송합니다.) 어쩜 그리 하나도 늙지 않으시고 그대로 이신지... 그동안 연락도 못하고 .. 길에서 만나도 괜히 고개를 돌렸던 기억.. 옛날을 생각하면 어찌 선생님과 술 대작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다른 학교에 몸 담고 계시지만 거기서도 인기짱이란 소식 들으니 역시 우리 선생님이란 생각이 듭니다. 선미.희자.정수.화중.쫑.미애.선이.미옥.진선.정화 그리고 선생님.. 반가웠습니다. 그리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