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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덴치, 그리고 케이트윈슬렛의-아이리스-


BY 섬진강 2002-12-02

김장을 하느라 고생한 내자신에게 뭔가 선물을 하고 싶어서
고른 영화 '아이리스'
즐겨듣는 영화음악 프로그램에서 '아이리스'시사회'를 한다고
했을때 얼른 달려가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왜, 영화시사회는 저녁에만 하는거지??)

붓꽃을 서양에서는 아이리스라고 부른다.
흰색, 보라색 그리고 노랑색의 아이리스라는 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가 궁금했던 지라
마침 비디오가게에 새비디오 목록에 꽂힌 '이이리스'를 발견하던
순간의 그 기쁨은 잠시 어깨의 통증까지도 잊게 해주었던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영화는 밋밋했었다.
재미가 참 없는 영화였다. 감동이라도 짙게 배어나길 기대했으나
그마저도 별로 없는 그런 영화였다..
아이리스가 배경으로 한번쯤 나올만 한데 그것도 아니었고,
아이리스로 불리는 여자 -주디덴치와 케이트윈슬렛만이
화려한 연기대결로 이만하면 아이리스보다 곱고 자유롭지
않냐고 물어왔던, 그둘의 연기가 참으로 돋보이던 차분한 영화였다.

케이트윈슬렛은 타이타닉에서처럼 화려한역활보다는
'주드'에서 보여 주었던 것처럼 오히려 지적인 캐릭터가
훨씬 어울리는 여배우란 생각을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한번
확인하는 기회였다.
젊은 아이리스의 케이트 윈슬렛이 자유롭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 반면 나이든 아이리스의 주디덴치는 차분하고 지적이면서도
고집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졌었는데
개인적으론 영화전반적으로 훨씬 많은 분량을 차지하던 주디덴치의
연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아이리스는 똑똑하고 발랄한데다
사고가 자유로운 학생이었다. 그래서 주변엔 항상 많은 친구들이
있고, 그녀는 어떤 사람들 앞에서건 자신의 논리를 펼쳐보이는걸
좋아한다. 그런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존배리 교수는
그녀의 위험하도록 자유로운 영혼에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걸
느낀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것이었다.
아이리스 역시 존을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에겐
어느 한사람에게 얽매이는 사랑이란 가능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버젓이 존과 사귀면서도 다른남자들과 자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걸 지켜보는 존은 애가 타는데도 말이다.

아이리스에게 최고의 가치는 '자유'였다.
그래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채로
물속에서 유영하는걸 얼마나 좋아했던가..
물이 비춰지고 수초가 춤을 추고 그 가운데서 유유히
물속을 헤치고 헤엄을 치는 아이리스,.,,,잠시후
손이 하나 비춰지면서 아이리스는 그의 손을 잡고 물위로
떠오른다.젊은 날의 존배리와 아이리스가 사랑하는 모습이
어느덧 할머니로 변한 아이리스가 같은 모습으로 물속을
유영하는 모습으로 바뀌면서 영화가 시작될때부터
감독이 왜 이 영화를 만들었나,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던것 같다.

이미 노쇠한 아이리스에겐 여전히 그녀만의 고집이 있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젊은날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젠 한몸이다 싶게 가까워진 남편과도 철저히 따로 있는
시간은 그녀가 지난날을 회상하며 글을 쓸때이다.
대학강단에 세미나에 그리고 방송국에
그리고 책출판을 위한 모임에... 그녀는 여전히 바쁜나날을
살아가는데 어느날 그녀에게 찾아온 '알츠하이머병'은
그녀의 뇌를 송두리채 파괴시켜 버린다.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존은 이제야 말로 온전히 자신만의
아이리스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으나 그녀의 시선은
다른데에 고정되어 있었으니...

존은 그녀를 위해 아이리스의 친구인 자넷이 사는 바닷가로
휴양을 간다.친구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 멍한 시선의 아이리스가
홀로 바닷가에 앉아 가져온 메모지를 한장한장 뜯어서
자갈돌을 올려 둔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파도가 몰려왔다.
갑자기 회환이 인다. 아이리스가 알아들을수 없는 말로
고함을 치며 돌을 들어 낸다. 바람에 날아가는 종잇장,
그녀의 젊은날.. 그리고 남아있는 나날들.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고통...
쟈넷이 죽고나자 아이리스도 이제 그만 죽고 싶다.

집은 난장판이 되고,
주변의 사람들은 아이리스를 전문요양소로 보낼것을 존에게
권한다. 걸핏하면 집을 잊어먹고 아이가 되어버린 그녀를
이젠 더 이상 자신의 곁에만 둘수 없음을 알고 존은
그녀를 요양원에 보내고 며칠후... 현실인가, 환상인가.
아이리스는 멀쩡해져서 햇빛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창문앞에서서
우아하게 춤을 추어보인다.
아, 주디덴치의 멋진연기!!
그렇게 아름다운 몸놀림을 한후,
평화롭게 눈을 감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아름답게 늙어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것
같다. 나이든 노부부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일상을 나도
부럽게 꿈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