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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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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뜻밖의 만남


BY 밍키 2001-07-09

어느날 남편과 함께 동네 시장을 갔었다.

사는게 무의미하다고 느낀 날이면 난 언제나 남편과 아님 혼자 라도 동네 시장에 자주 가서 동동주에...족발이라도...
먹고 오곤 한다.

우리 소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
한푼이라도 깍으려고 하는 주부의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활기가 넘쳐 나는 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날도 남편과 함께...
족발집에 들어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남편을 보고 아는체를 하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다.
남편도 깜짝 놀라며 어떻게 여기에 오셨느냐고 물어보고...
옆에 앉아있는 예쁜 부인도 같이 반가워 하고...
두 사람이 부부인듯 하였다.

그 부부는 같이 있는 사람들을 어디로 보내고는...
다짜고짜로 우리가 먹은 족발값과 동동주값을 대신 내 줄려고 하였다.
난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신세지는 것이 싫어 다 먹지도 못하고 급하게 주인한테 지불을 하였다.

그 부부는 못내 아쉬워 하면서...
남편이 회를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를 일식집으로 끌고 갔다.
많은 회를 시켜놓고 먹으라고 하는데...
남편이야 아는 사람이라 괜잖지만...
나는 그 자리가 어색해 회를 먹는 둥 마는둥 하였다.

그러한 내 모습이 신경이 쓰였던지...
그 부부가 어떻게 남편을 알았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10 여년 전에...
그 부부는 부도가 나서 알거지가 되었다 한다.

그 부도로 그 아저씨는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그 부인은 길거리에 앉아 화장지를 팔고 있었단다.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살아갈 길은 막막한데...

우리 남편의 도움으로 그 아저씨가 풀려나서...
지금은 화장지를 만드는 공장의 사장이 되었다고 했다.

아까 같이 있던 사람들은 모두 직원들이라고 하면서...
10 여년 전의 일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며...
찾아 뵈려고 했지만 용기가 없었노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성공 사례담을 말할때, 항상 우리 남편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우리 남편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기가 있었겠냐고 하면서 죽어서도 잊지못할 은인 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 부인도 내 손을 잡고는...
선생님께서 자기들이 불쌍해 진정으로 도와 준 것이지...
알 거지인 자기들을 뭘 바래고 도와 주었겠느냐고...
하면서 앞으로는 친 형제 이상으로 알고 지내자고 하였다

남편이 지금까지 나에게 그런말을 안 했기 때문에...
그런 도움을 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말 하였다.

남편은 그 부부들이 성공 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노라고 나중에 살짜기 나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형제처럼 앞으로 서로 연락하면 지내자고...
살아 있으니까 이렇게 만날수 있지 않느냐고...
연락처를 적어주면서, 헤어지기 아쉬워 하는 그 부부를 뒤로 하면서...

난 그냥 기분이 좋아 하하 거리며 웃었다.
때로는 미운 남편이지만...
때로는 고지식한 남편이지만...
항상 자기 자신을 잘 나타내지 않는 남편이지만...
가끔가다 날 이렇게 행복하게 하는 구나 생각하면서...

몇년전에도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 기사 아저씨가 남편을 보고는 깜짝 놀라면서...
펑펑우는 것이었다.

산동네에서 노모와 같이 힘들게 살아가는데...
남편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하면서...
남편 말로는 정말 해준게 없어서 오히려 부끄러웠다고 그날 집에 와서 말하였다.

또 언젠가는 한 검사가 우리집에 인사를 왔다.
의아해 하는 나를 보고는...
자기가 지독히 가난한 서울 법대생이었는데...
남편이 가끔가다 용돈을 주었단다.

지금은 사시에 합격해 검사가 되었노라면서 인사차 들렸다고 하였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실은 큰 아들눔 시험 성적 때문에 울적해 있다가...
그래도...
가끔은 날 진짜로 행복하게 해 주는 남편이 있구나 싶어서 주절 주절 몇자 적어봤다.

매사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데...
난 항상 불평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큰 아들눔이 성적이 좀 떨어지면 어쩌냐...
요즘 보기 드문 착하고 반듯한 아이인데...
하고 위안을 삼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구나.

네티즌 여러분~!
아이들 성적에 연연해 하지말고 행복하게 사세요?

저처럼 아이 성적 때문에 우울해 하지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