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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이와 드럼


BY 파랑새 2002-11-26


날씨가 춥다고
움츠려 들기만 하는 이 겨울에
걸어다니는 걸 꺼려 하던 사람이
어느새 걷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낙엽이 진 거리를 걷다보면
쓸쓸하기도 하고 눈물도 나지만
가끔은 노래도 흥얼 거리고...
기분에 따라 그려지는 그림들은
참으로 달라 보이는것 같다

오늘은
문득 지나가다가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봤더니
어릴적 엄마 머리카락이나 고무신
그리고 양푼 같은것을 주고
엿을 사 먹었던 엿장수가 있었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만
정겨운 마음에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각설이 차림의 두 여인네의 구성진 노래소리와
우스꽝스러운 옷차림...

그냥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낼 듯 한데
어느순간 나는 깜짝 놀라 다시한번 바라보고 말았다

장고를 치는 그분들의 실력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만큼 수준급이었고
그 곁에 있는 엿장수와 전혀 어울리지 않던 드럼은
그냥 전시용품인줄 알았던 나를 무색케 했다

아...
이런분들을 보고 프로라고 하는구나
뭐를 하든 최선을 다 하는 모습
그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엿을 파는 일이었지만
덤으로 주는 그 즐거움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깊은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일을 하면서 조금 힘들다고
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조급해 했던 내 모습이
그분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작게만 느껴지는 하루였다

아마도...
그분들의 삶은 이 한겨울
찬바람 맞으며 일을 하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솟구치는 열정으로
따스한 겨울을 보내리라 믿는다
각설이 아줌마들께 힘찬 박수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