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살구나무꽃 흐드러지게 피어 마을어귀에 들어서면 그 옆의 우리집이 돋보이던 곳.
여름이면 초록색으로 덮여 우리집이 안보였었지...
가을이면 여러가지 과일과 열매, 단풍으로 알록달록 화려했었고,
겨울이면 함박눈에 파묻혀 이글루가 따로 없었지...
그 집을 헐고 새 집을 지었다.
관절염으로 다리 아픈 우리 엄마에겐 너무나 다행이고,
가끔씩 아이들 데리고 찾아가는 나에게도 만족이다.
하지만, 나의 유년시절의 때가 반질반질 묻어 있던, 마루와 부엌이 있던 그 집이 너무나 그립다.
새 집 짓기 바로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그립고,
처마밑의 제비집도 그립고,
마루밑의 고무신도 그립다.
변한건 우리집 뿐이 아니다.
학교갔다 돌아오던 구불구불한 길도 검고 단단한 옷 속으로 숨어버렸다.
친구들과 고무줄놀이, 공기돌 놀이 등을 했던 길.
우리가 손수 코스모스와 과꽃을 심었던 길.
더운 여름날은 길옆 냇가에서 멱도 감았었는데...
몇 시간 씩 놀며놀며 집에 가던 그 길이 그립다.
결혼해서 도시에 살면서 가끔씩 그 곳에 가서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온다.
많이 변했지만 푸근하고 정다운 그 곳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충전해 오면 다만 몇 달은 거뜬히 지낸다.
아!
그 곳에 가고싶다.
오늘 밤 가방을 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