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이에게 멜을 보냈읍니다.
그리고는 문자를 보냈지요.
메일을 확인하라구요.
학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를 두고 난 일을 나갑니다.
이제 열네살아이.
남보다 일찍 학교에 가서 운동장을 몇바퀴씩 뛰어야 하기때문에
아이는 배가 땡기고 아프다며 아침을 잘 먹으려 들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아이와 난 실갱이를 합니다.
한술 더 먹이려는 에미와 그 한술을 거부하는 아이때문에
밀고 밀치고를 하다보면 아이는 또 바쁘게 뜀박질을 해야 합니다.
아이는 학교 급식이 제 식성에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점심도 그냥 허기만을 면하는거 같았읍니다.
제대로의 밥 다운 밥을 먹는것은 겨우 저녁한끼인데...
저녁조차 차려주지 못하고 난 생활전선으로 뛰어가야 합니다.
난 사람들과 더불어 끼니를 해결하지만...
아이는 혼자먹는 밥이 싫다며 대충 라면이나 짜파게티
혹은 밥을 먹어도 간장에 비벼먹는 정도인가 봅니다.
찌계를 끓여놔도 국을 끓여놔도 데워먹는게
귀찬다고 하며 그냥 맨밥일때가 많다고 합니다.
어른인 나도 혼자 먹는밥이 모래알같은데
공부하고 운동하고 돌아온 썰렁한 빈 집에서 아이는 식사욕구조차 느끼지를 못한다 했읍니다.
남매든 자매든 하나만 더 있었어도...
부질없는 생각들을 해 보다가 그이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읍니다.
그래서 보낸멜.
내가없는 저녁한끼만이라도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해 달라고요.
미운것은 마누라지 어린것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고요.
부탁이라는 말과 함께 그 시간에 나는 없으니 부딪힐일이 없지 않느냐며
아이를 생각해 달라고 했읍니다.
답장은...물론 없었읍니다.
기대한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에비라는 이름은 책임을 질까
싶은 바램은 있었읍니다.
돌아와 밥솟을 열어보았으나 한 귀퉁이에 조금 떠진 자욱은 있었지만
두 사람이 먹은 양 은 아니었읍니다.
잠이 들려는 아이에게 스치듯 묻습니다.
" 아빠... 오셧었니? "
" 아니 "
아이가 깊은잠에 빠진듯 했을때 난 그이에게 전화를 했읍니다.
" 난데... 멜 확인좀 해 봤어? "
" 아니, 아직 "
그이는 거짖말을 하고 있었읍니다.
이미 인터넷에 들어가 수신확인을 한 상태인데
아직이라는 속 보이는 대답을 합니다.
" 그렇구나. 그럼 시간내서 한번 봐봐 "
" 그러지 "
그리고 끊긴 전화.
적막감이 흐릅니다.
하룻밤을 자고나도 그이에게서는 가타부타 연락이 없읍니다.
날은 자꾸만 추워지고
다음주부터는 난 하루 열두시간의 일을 해야합니다.
어쩌면 몸이 너무 힘들어 아이에게 아침밥조차 제대로 챙겨주질 못할거 같습니다.
자존심...
그건 접어야 했읍니다.
제대로의 따뜻한 밥을 아이에게 먹이고 싶었읍니다.
아니, 사람냄새를 아이에게 맡게 하고 싶었읍니다.
아직 보호를 받아야할 열네살 어린것입니다.
조심스레 핸드폰의 번호들을 힘주어 꼭꼭 누릅니다
신호음이가고 그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왜? "
" 저기... 아직도 멜 확인 안해봤어? "
" 아니, 읽어봤어 "
" 그럼...내가 부탁한거 어찌되는지 하고 "
" ......"
" 응? ** 아빠 "
" 나 안가. 지가 혼자 차려먹게 내비둬 "
그냥 전화를 내가먼저 끊어버렸읍니다.
무슨말이 더 필요했겠읍니까?
조금씩 분노가 치밀어 옵니다.
앙다문 입술위로 피빛이 배어옵니다.
더는 아무말도 아무생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잠시만이라도 그이를 가슴속에서 밀쳐냅니다.
떨려오는 손끝으로 자판을 치고 있읍니다.
이젠...
눈물도 안 나옵니다.
그냥 가슴만이 답답할 밖에요.
아직 나 역시도 점심조차 먹지않은 상태인데
라면 이라도 하나 끓여 먹어야 겠읍니다.
일을 하려면 밥힘이라도 있어야 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