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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 가는 길


BY 풍경 2002-11-06

가을 단풍이 고와지는 계절이 다가왔을 때 계룡산의 동학사가
어느날부터 날 부르고 있었다.

'가고 싶다'고.....

휴가를 제외한 몇년 만의 남편과의 가을여행.....
결혼 7년만의 새로운 신혼여행이었다.
토요일 오후---
지리산을 지나고 덕유산을 바라보며, 계룡산으로 가는 길목은
멀고도 멀었다.

유성온천에서 하루를 유하고, 아침 일찍 동학사로 향했다.
등산을 할까 하는 맘에 스틱을 하나 마련하고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한 갖가지 색깔들의 단풍잎....
사진강좌에서 배운 기술(?)로 갖가지 표정을 요구했지만
부실한(?)모델의 자세에 그만.......

노랗고 붉은 단풍잎 사이로 빼꼼이 내민
작살나무의 보라빛 열매들.....
알싸한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우고
코가 시려워, 귀가 시려워.....

기대하고 고대했던 동학사의 풍경은 조금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아내게 했다.
비구니 승가대학이라
일반인이 발을 내딜 수 있는 곳은 오로지 대웅전....
간단히 부처님께 삼배 드리우고....
개울가에 펼쳐진 동학사의 가을풍경을 마주하며
날씨탓에(잔뜩 흐림) 갑사로 향하지도 못하고 되돌아왔다.

기념품 가게에 들려
죽비를 하나 마련했다.
내 상념 내 맘이 '처음처럼'에서 흔들릴 때만
기압을 넣어주고 싶었다.
아마 남편도 같은 맘이었나보다.
서로 똑같이 잡은 걸 보면.....

오늘 괜시리 노오란 은행잎이 고와서
날씨가 포근하고 화창해서
직장에서의 답답함이 느껴질 때
남편에게 괜시리 짜증이 날 때

'탁탁탁' 죽비를 때려본다.
내맘의 정진을 위해........

***동학사의 해맑은 비구니 스님들의 표정은
동자승 못지 않은 투명함 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모습을 생각하면
내 맘이 많이 흐려졌있었으면 알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