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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머무는 곳에서....


BY 동해바다 2001-06-25

발길 머무는 곳에서....

상큼하고 진한 내음이 안으로 들어가는
나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고 있다.
데체 무슨 향일까 하여 여기저기 둘러 본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 온 듯한 느티나무, 산수유나무,
배롱나무 그리고 길게 뻗은 대나무들이 진초록의
제 빛을 맘껏 뽐내고 있다.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 소리는 이름모를 새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나의 귀와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각진 콘크리트 속으로 들어가기가 아까울 정도이다.

이른 시간도 아닌데
경내에는 아무도 없다.
왜 아무도 없을까?
이런 빈 공간에서 내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이 안에서 잠시 생각에 젖는다.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이 곳 죽서루..
오십천을 끼고 있는 이 죽서루가 오늘따라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죽서루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문화원에서
매주 한번 씩 나는 문학강의를 듣는다.

한창 사춘기에 접해 있는 아이들과
늘상 집에서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는
남편을 보며,
긴 투병생활로 온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시어머니, 이들 모두로 인하여 잔뜩
허물어져 있는 내 모습이 안스럽기만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생 속에서
자신을 위해 얻어 지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생의 한 중간지점에 와서 그래도 방황하는
것 보다는 지쳐있는 날들로부터의
탈출구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하는데 시기가 있을까..
바쁜 와중에도 나만의 시간을 찾아
그림공부와 문학공부를 하고 있다.

비록 행선지가 이곳 죽서루라 오긴 왔지만
오늘 특히 이 곳의 향내음이 짙게
느껴지는 까닭은 내 스스로 내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나에게
그 향내음보다 더 짙은
나만의 향을 내뿜을 수 있기 때문인가부다.

발길 머무는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