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하고 진한 내음이 안으로 들어가는 나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고 있다. 데체 무슨 향일까 하여 여기저기 둘러 본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 온 듯한 느티나무, 산수유나무, 배롱나무 그리고 길게 뻗은 대나무들이 진초록의 제 빛을 맘껏 뽐내고 있다.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 소리는 이름모를 새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나의 귀와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각진 콘크리트 속으로 들어가기가 아까울 정도이다. 이른 시간도 아닌데 경내에는 아무도 없다. 왜 아무도 없을까? 이런 빈 공간에서 내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이 안에서 잠시 생각에 젖는다.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이 곳 죽서루.. 오십천을 끼고 있는 이 죽서루가 오늘따라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죽서루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문화원에서 매주 한번 씩 나는 문학강의를 듣는다. 한창 사춘기에 접해 있는 아이들과 늘상 집에서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는 남편을 보며, 긴 투병생활로 온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시어머니, 이들 모두로 인하여 잔뜩 허물어져 있는 내 모습이 안스럽기만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생 속에서 자신을 위해 얻어 지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생의 한 중간지점에 와서 그래도 방황하는 것 보다는 지쳐있는 날들로부터의 탈출구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하는데 시기가 있을까.. 바쁜 와중에도 나만의 시간을 찾아 그림공부와 문학공부를 하고 있다. 비록 행선지가 이곳 죽서루라 오긴 왔지만 오늘 특히 이 곳의 향내음이 짙게 느껴지는 까닭은 내 스스로 내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나에게 그 향내음보다 더 짙은 나만의 향을 내뿜을 수 있기 때문인가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