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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스기사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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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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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마음..


BY somjingang 2002-10-29

지난주 금요일 이었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점심을 맛나게(?) 먹고 있을 시간에
아이 담임선생님으로 부터 전화가 있었다.
선생님이 이시간에 전화 한다는게 영 께림직 했는데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이야길 꺼내는 내용인즉,
선생님이 아침에 버스당번이었는데
그 선생님의 부재중에 우리아이랑 같은반 아이가
놀잇감을 가지고 다퉜는데 상대방 아이가 우리 아이 얼굴에
손톱 자국을 내놨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많이 걱정하시는 목소리 길래, 내가 오히려
선생님을 위로해 드려야 할것 같아서 '선생님, 아이들이
놀다보면 서로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 다치기도 하는것 아녜요?'
하고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냥 조금 할퀸정도가 아니어서 걱정이라고
말씀을 하셨고 나도 그 말을 듣고는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이는 얼굴에 연고를 잔뜩 바른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귀가를 했고,
나는 아이얼굴 부터 들여다 보았다.

생각보다 심한 상처였다.
다섯개의 손톱을 모두 보여주듯이 이마에 두곳, 코중앙에 하나
그리고 볼에 두곳이나,.. 그렇게 상처가 났는데 이마와 볼에 난
상처가 깊어서 흉이 질까 걱정이 되었다.
아이의 상처를 직접 보게 되자 무척 속이 상했다.
날은 갑자기 추워졌고, 비까지 내렸지만 아일 데리고
피부과를 찾았다. 흉이 질지도 모르니까 특별한 약을 발라보자며
선생님이 내민 약은 레이져스킨이라나... 그런 생소한 이름의
약아닌 스킨은 화장품 샘플 정도의 아주 작은 병에 들어
있었는데 그게 만이천원 이나 한다는 거였다.
결국 처방전에 약까지 거의 이만원 가까이 들어서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그약을 바르고 아이 얼굴에
상흔이 남지만 않는다면 그게 대수랴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약을 바르는 일 또한 번거로웠으니..
그러니까 병원에서 준 거즈에 스킨을 묻혀서 상처부위에 올려놓고
이십분 이상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한창 혈기왕성한 일곱살 사내아이가 그 시간을 용케도 견뎌 주어서
자기전에 그리고 일어나서 하루 두번씩 발라야 되는 레이져스킨의
효혐이 있었던지 상처가 빨리 아문듯해 보였다.
그런데 이제 딱지만 떼어지면 정말 괜찮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걱정하던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조금만 있으면 저절로 떨어질 딱지를 손으로 뜯어내고 만것이다.

너무 속상했다.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매까지 들었다.
너, 그렇게 얼굴에 상처를 내와서 엄마가 얼마나 속상한줄 아느냐,
그래서 밤낮으로 네 얼굴에 약을 발라서 이제 겨우 한시름
놨건만 딱지를 떼냈으니 안되겠다..며 매맞는다의 매字만 들어도
벌벌 떠는 놈을 꿇어 앉혀 손바닥을 몇대 때려 주었다.

전들 얼마나 답답했을까.. 아침저녁으로 30분씩이나 얼굴에
거즈를 붙이고 꼼짝않고 있어야 했는데.
그리고 얼굴을 만질때마다 손끝에 닿는 딱지는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저도 모르게 떼어진 것일수도 있었는데...

오늘 아침은 마지막 남은 병의 약을 다 발랐다.
아직 상흔이 눈에 띄지만 울긋불긋해 보일정도로 심했던
상처가 많이 나아 보인다.

상처를 볼때마다 속상해 하며 다시는 친구랑 다투지 말라고
몇번이고 당부를 했다.

아이얼굴에 난 상처로 해서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
달리 효도인가!! 부모맘 아프지 않게 내몸 잘 간수하는것
그것도 큰 효도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를 그런 마음으로
기르셨을 울 엄마 생각이 나서 한참동안 마음이 우울했었다.

아이얼굴에 상처가 나서 내마음에도 상처 하나 생겨난 며칠동안
그래도 한가지 좋았던 점이 있었으니....
그건, 얼굴에 거즈를 올려 둔채로 누워 있는 아이랑 같은 배게에
누워서 책을 읽어 주는 일이었는데 다른때는 엄마가 책읽어 주어도
그렇게 집중하지 않았던 아이가 그 일을 계기로 엄마가 책 읽어
주는걸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굴에 약을 발라주면 의례껏 엄마, 책 갖고 이리와..
라고 먼저 주문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던 '개구장이 해리'를
읽어 주면서 책속에 나와 있는 인물들의 표정을 중심으로 이야길
해 보았다. 놀라는 표정의 사람들과 기쁜표정의 사람들의 그림을
비교해 보면서 아이가 꽤나 재미있어 했다.

다른때 같았으면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못 보고 넘어 갔을 그런
세세한 부분을 함께 보며 웃었던 며칠,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왕에 난 상처를 어쩌겠는가..
그리고 아이도 그렇게 말했었다. '엄마 난 엄살을 피우지 않아요.
그래서 울지도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