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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84

나는 행복한 여자.


BY 소낙비 2001-06-24

아들이 4개월간의 훈련을 마치고 강원도 부대로 가기전에
5일간의 휴가를 나왔다.
딸도 방학이라 내려오고..

우리집은 오랜만에 온가족이 다모였다.
남편과 둘이 있을때는 방하나만 차지하니
작은집이 넓게 보이더니 애들이 내려와
방마다 애들짐을 풀어 놓으니 오밀조밀
사람사는 집같다.

아들의 빨래감을 한보따리 풀어놓아 비가 와도
빨아서 말려야 하기에 탈수시켜 마루며 방마다
여기저기 널어놓았다.
얼룩달룩 군복이랑 국방색 양말,내의,츄리닝.수건...
군인있는 집 표내는 마냥
온 집안에 국방색 일색이다.

며칠 있을라나 했더니 겨우 토,일쉬고
월요일 아침일찍 서울에 있는 원룸으로 올라간단다.
친구들도 만나고 할일이 많다나 어쩐다나..
5일간 여유가 있다더니.....
장어사다 고아놓았는데 좀 먹고가면 좋으련만.
아들놈은 그런거 안먹어도 튼튼하다며 지 아빠나 드린단다.

괘씸한넘!

정말로 친구만나러 일찍 올라가는건지, 지 여자친구
보고싶어서 일찌감치 가려는건지, 궁시렁대는 나를 보고
남편은 쪼그렁 엄마가 뭐 이쁘다고 오래 있고 싶을까 한다.
그래도 미련을 못버려서
'야, 임마야 하루 더 있다가면 안되니?'
임마소리하면 지 엄마 화난줄 아는 아들놈..

한대 때려줄려고 손을 올리니 내손보다 두배나 되는
우직한 손으로 내손을 감싸쥐고는 꼼짝 못하게 끌어 안으며
"엄마, 다음에 정식 휴가오면 그때는 떠밀때까지 있을께요"

아이고, 그때되면 또,무슨 핑게로 빠져나갈 궁리를 할런지...
이제는 정말 다 자랐나보다.
품에 끼고 있을때 '자식'이라더니 품떠나니 정말
내 자식이 아닌것 같다.

이제는 지들이 '엄마'하고 부를때 그자리에서서
대답해주면 마음이 든든해지는 그런 존재로
남아있게되나 보다.

더이상 미련을 버리고 뭐든 먹이고 싶어 안달이 난다.
딸기쉐이크를 좋아해서 5월에 한대야를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는데 어제 저녁부터 큰컵에 우유넣고 꿀넣어
믹서로 돌려서 주니 "우리 엄마 최고"라며
몇번이나 잘도 먹는다.
배탈날까봐 은근히 걱정도 되건만 없어서 못먹는다며
염려놓으라 하네.

수박을 잘라주니 몇년만에 먹어보냐며 너스레를 떨며
반통을 통채로 앞에놓고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가스렌지위의 냄비에 소금,사카린을 넣어 아이들
좋아하는옥수수,감자를 가득 삶는다.
온집안에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들은 집안을 돌아다니며 지빨래가지를 걷어
배낭에 주섬주섬 담고, 딸은 모레 여행떠난다고
덩달아 옷가지,세면도구를 챙기며 뭐가 부족한지
연신 "엄마" 부르고 야단이다.

비오는날, 엄마인 나는 가슴가득 행복함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