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자친구가 하나 있다.
이 친구는 너무 편해서 언제 어느때 어느 시간에 날 만나러 온다고 해도 난 그냥 입은 그대로 아이업고 나가도 되는 그런 친구....
이 친구는 대학 일학년때 같은 동기를 만나 다른여자라곤 모른채 십년을 연애하다 서른에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 서른넷, 어느날 전화가 와 자기가 어떤 여자랑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을 해왔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한달전쯤 챗으로 어떤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를 너무 사랑하게 됐다는 거다.
매일매일 집에 가 열두시에 채팅 시작하면 세시까지도 하고 낮엔 몇 번씩 통화를 하고...통화 못하는 날엔 일이 손에 안 잡히고...등등 거의 울먹이며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니 황당할 지경이었다.
와이프가 너무너무 보기싫고 오로지 그 여자 생각만 나는데 어떡하냐고 묻는다.
그래서 내가 만나라 만나봐라 만나보면 나나 니 와이프처럼 똑같은 아줌마 하나 나올거다 했더니 절대 그 여잔 나나 자기 와이프같은 여잔 아닐 것 같다고 너무 확신에 차 이야기 한다.
너무 환상속에 빠져 허우적 대는 거 같아 일단 만나보고 이야기 하자 했더니 어제 만나기로 한 날이란다.
오후가 되도 전화가 없어 정말 괜찮은 여자가 나왔나 싶어 슬슬 걱정이 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대뜸 한다는 말...나, 죽고 싶어...
그래서 내가 막 웃었더니 ...정말 죽고 싶어. 나, 솔직히 내가 상상한 거의 반만 되는 여자가 나와도 이러지 않을건데...나 , 선물도 많이 사간 거 알잖아. 너나 마누라한테 장미 한송이도 안사주는 내가 꽃바구니까지 만들어갔는데...야...너보다 더 심한 아줌마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야, 이 바보야, 아이 둘이나 낳은 아줌마가 처녀같을 줄 알았더냐...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렇지 어쩌면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냐...정말 죽고 싶어...
내가 다시 전화 안하면 죽었는줄 알아...이러곤 그뒤로 감감 무소식 그래서 오늘 낮에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안돼 친구와이프한테 전화했다.
어제 새벽세시에 술이 엉망이 되어 들어왔더라고 이야기한다.
좀 충격이 크긴 컸나보다.
하긴 엄청 이쁘고 엄청 날씬하고 엄청 맘도 이쁜 여자가 나올거라 상상을 하고 갔으니 그럴만도 하지.
마누라 이외에 여자라곤 첨 만나는 거였는데 실망도 많이 했을거야...근데 난 왜 이리 웃음이 자꾸 나올까.
고소해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