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가을은 아련한 추억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 기억 저 너머에서 꾸물거리며 아스라이 나타나는 신기루처럼 놓치기 싫은 동심의 기억…. 삶은 계란, 삶은 밤을 두 손 가득 쥐고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목놓아 외치던 가을 운동회! 가을 운동회는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즐겁게 해 주는 마을 축제였다. 하늘하늘 코스모스가 피어나는 때 이맘때면 어김없이 열리는 가을 운동회 출근을 하자 들려오는 음악소리는 아이들이 운동회 날 보여줄 무용연습을 하는 소리인가? 요즘은 운동회 연습을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고 그냥 간단하게 하는가 하면, 우리 아이들 학교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소체육회를 겸해 열고 마는 그런 추세 인 것 같다. 만국기가 국기봉서 건너편 플라타너스 나무까지 팔락 팔락 내걸리고 반듯하게 그어진 횟가루 선이 햇살에 설탕처럼 반짝거리고, 끝없이 높고 맑은 청자빛 가을하늘이 있고, 뽀얀 솜털 같은 흰구름이 있기에 청,백으로 나누어진게 아닐까? 돼지 한 마리 잡아 동네 잔치가 열리는 크다란 행사중의 하나였는데 이젠 차츰 사라지는 것 중에 하나 되려나? 일 학년들의 청군백군 공 구르기와 이 학년의 점심바구니 터뜨리기 고학년의 손님 찾기, 높이 5층까지 쌓아 한마음 되는 덤블링 같이 움직이는 곤봉체조, 다 덤벼! 하던 기마전, 고운 한복 차려입은 부채춤, 꼬맹이들의 엄마 업고 달리기, 힘껏 당기는 줄당기기, 맨손달리기, 장애물넘기 마지막으로 여는 이어달리기 등등 며칠을 연습하여 부모님들 모셔놓고 눈 크게 뜨고 엄마 찾던 그 시절 김밥이라도 싸 주면 입이 귀에 걸리는 기분... 옛날 그 기분은 안 나지만 그래도 아이들 뛰고, 춤추는 모습 보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사무실 가까이 있는 학교 운동회 날 음악 소리만 들어도, 가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운동회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가슴 설레고 두근거리는 그 날을... 가을을 파는 꽃집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 같은 갈대와 마른 나무 가지 그리고 가을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세요 사람들 속에서도 불어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 용 혜원 - = 초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