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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97

딸 이야기-1


BY azurefall 2002-09-27

1. 벼슬한 딸

핸드폰이 삐리리 울렸다.
"엄마, 나 그거..."

"뭐?"
"... 생리"

"......................"

"그래. 이제 우리 딸 어른이 되었구나. 축하한다. 축하해...... 기분은 어떠니?"

"엄마, 언제 와?"

"기분이 어떠냐고?"

"꿀꿀해. 찝찝해."

이렇게 딸은 벼슬을 했다.
'벼슬했다'= 친정 어머니의 표현.

아, 컸구나. 어린 줄로만 알았던 딸이...

뿌듯했다. 아가씨가 되려고 하니...

복잡했다. 어른의 길이 그리 녹록치 않으니...

먼저 딸에게 이메일 카드 축전을 보냈다.

......................................................................

제목: 어른이 되었어요. 추카~

주연아, 축하해.
생리를 했다니... 반갑다.

잘 자랐구나.
건강하게.

이제 첫 관문을 통과한거야.

네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 반듯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진짜 어른이 되기까지 큰 일이 많이 놓여 있겠지만 의젓한 엄마의 딸이니 잘 헤쳐 나가리라 믿어.


앞으로 키가 자라고, 마음도 넓어지고, 또 생각의 깊이도 깊어지길 바란다.
2002년 9월 12일

널 정말로 사랑하는 엄마가
......................................................................

강의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전화를 받고 흥분한 나, 남편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주연이가 오늘 초경 시작했대. 전화가 왔거든. 학교에서 조금씩 비쳤대...."

남편도 놀라는 기색이다.
어리다고 생각했던 딸이 갑자기 장성한 느낌이 들어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다.

"이따 퇴근해서 올 때 케익하고 꽃 좀 사와."
"늦을텐데..."

"그래도... 주연이 못 자게 잡아둘게...ㅋㅋ"
"어~~~"

여전히 어리둥절해 한다.

이제
나의 딸,
"꽃처럼 피어나리라."

눈부시게 화려한 꽃으로...

그 딸이 벼슬을 한 뒤 첫 생일을 맞이했다. 바로 오늘, 9월 27일.

1989년 9월 27일, 새벽 6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산실에서 이를 악물고 침대 긁어가며 고통을 감내한 한 여성의 몸에서 예쁜 아기가 태어났다.
바로 이.주.연!

그 때의 감격?
필설로는 표현할 수 없대이...

이미 유산을 한 적이 있어 출산의 감격이 얼마나 큰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