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자못 즐거워야 한다
재미있고 신나야 한다
맨날하는 밥이나 청소도 이젠 일이 아니라 습관이고 일상이다
안하면 괜히 서운하고 밥먹은뒤 뒤를 보지 않은 사람처럼 허전하고 찝찝하다
그래서 주부의 일을 직업이라고도 그렇다고 노동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이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아침에 옷장문을 열고 이옷을 입을까 저옷을 입을까 행복한 선택을 하는 출근길 직장인을 보면 시샘이 나고 심술이 난다
아침이라서 분위기 깨기도 그렇고 속을 박박 긁을 수도 없다
아침에 걸으면서 짬을 내어 마시는 그 신선한 공기
흠 ! 훔쳐도 넘치고 배부를 것이다
그것이 출근길 일상이지 막상 출근뒤의 직장이란 또 일하자 라는 자조일 것이요 오래묵은 습관이요 몸에 배인 질서일 것이다
마찬가지다
집안 일이야 식구들을 한바탕 전쟁치루듯 일터로 학교로 보내고 나면
아직도 누워있는 이불위에 벌렁 눕고도 싶지만 몸에 배인 긴장과 미안함 때문에 후다닥 행동은 퇴적된 낡은 습관처럼 온다
한번쯤 깨뜨리고 아이를 안고 하루종일 출근이고 학교고 필요없이
잠만 자 보았으면 좋겠다
일요일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습성 때문에 나도 너도 모르게 어느새 어른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살다보면 억울하기도 하다
뒤돌아 보면 억울하고 중년이 되어간다니 조급하고 포기해 간다
나이 먹는것도 이젠 겁도 나지 않는다
늙는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아이는 저만치 달아난다
밥을 먹듯 나이도 꼬박꼬박 먹을 것이고 습관도 일상도 게으름도 늘어 갈 것이다 그래서 포기가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갉아먹는 것이고 내안의 빛을 차단하여 그것을 너에게도 아이에게도 강요하고 일상화 시켜버릴 것이다
짜증나지만 잊어버리고 묵은 습관처럼 흘려버리는 것
아! 짜증한번 내어 보았으면 좋겠다
가을이 오고 낙엽이 물들어 가는데 쌀쌀해져 오는 바람에
으슬으슬 떨려오는 몸과 마음을 누가 한번 꼭 안아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