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들어 부쩍 높아진 하늘 아래서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가을은 아무래도 그 푸른하늘을 자랑하고 싶은가 봅니다.
하늘이 높아진 만큼,세상은 온갖 아름다운것들로
가득 차게 될 테니까요.
유난히 푸르러서 눈이 부신 가을하늘과
가장 원색적인 색감을 드러내며 물들어가는
단풍의 축제를 곧 보게 될테지요!!
그런 날을 기다리며 아침저녁으로 날은 조금씩
서늘해 갑니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귀뚜라미는
밤마다 얇은 날개를 부딪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선
가을저녁을 애잔하게 연출합니다.
들녘은 황금물결이겠지요?
수마가 할퀴고간 상처가 아직도 애처롭게 남아 있습니다만.
과수원 곁에선 달콤한 사과향이 나겠지요?
마치막한 바람결을 타고 포도향도 진하게 풍겨오고 있을 겁니다.
머루 포도가 나올때가 되었답니다.
올핸 맘먹고 포도주를 담가 볼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 이쁜 가을색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서
천천히 익힌 다음 어느 추운 겨울밤 이미
져버린 가을날을 기억하며 말갛게 우러나온 포도주를
한잔하면... 아마도 그 포도주에서 은은한 가을 향기를
맡게 되지 않을까요?
올 여름이 다난했듯이 가을역시 기꺼운 모습으로 와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늦더위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무슨 미련이 그토록이나 깊은지 한밤중까지
후텁지근한 더위가 따라 붙는 요즈음입니다.
그렇거든 새?芙炤?갑자기 춥지나 말든지요..
이불을 차고 잠을 자고 있을 아이들 때문에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새벽춤에 한번씩 깨는 일도
얄궂습니다.
하지만 어디 삶이라는게 녹록하던가요... 저 역시 그걸
잘 알기에 한낮엔 삼복더위 저리가라게 덥다가
새벽에 갑자기 찾아드는 추위도 너무 미워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가을이 익어가겠지요?
그러면서 마지막 과실에 단맛이 알알히 배어 들겠지요?
친구 때문에 힘들어 하고
그 일이 너무 속상해 엄마앞에서 울음을 터트리던
아이도 그러면서 성장해 가겠지요?
이래저래 가을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과수밭에 사과며 배 그리고, 푸른하늘을 이고 꽃처럼 피어나는 감...
그런 과실과 황금빛 들녘의 낟알들.
그리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엄마를 힘들게 하던 우리의 아이들도
모두 결실의 계절과 닮아 있단 생각을 해봅니다.
가을이라는 듯 하늘이 파랗습니다.
라디오에서 신영옥이 부르는 '동심초'가 흐릅니다.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닮은 목소립니다.
가을이면 한번씩 듣게 되는 '동심초'도 오늘따라
가슴시리게 젖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