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가 쉼없이 끄덕이며
숨겨두었던 가지를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창문 너머엔 낯선 마을이 있기라도 한듯
온종일 집안에 몸을 숨기고
뎅그마니 하루를 내안에 가둬버렸다.
이런날은 누구라도 마주하고 싶은데
누구를 마주한들 또 내 안을 닫을것은 분명하고
못난 심사에 괜한 마음의 흠집만 만들고
아무개,,아무개,,,
천장 가득 이름만 써 보다가
받침없이 떨어지는 그 이름에 눈을 감아 버렸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의 사소한 몸짓인데
부질없이 그 사소함에 소멸되어진 시간만 제자리이다.
서너개의 시계들은 하나같이 시간을 달리하고
정확을 잃어버린 늘어진 여분은
실체감마저 흐려진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은
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메마른 감성과
옹골차지 못한 일상만이
나의 존재를 흐뜨려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