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아동및 가족관계 연구를 위해 은비를 데리고 이대 연구원에 갔다 왔다.
낯선 환경에서의 은비의 적응, 엄마가 없을때의 은비의 반응등 내가 설문지를 쓰고 있는 와중에 연구는 끝이 났다.
그리고, 집으로 가지고 온 또다른 설문지.....
설문지의 내용은 주로 아동의 심리상태나, 엄마와의 상호 관계, 가족관계에서 오는 갈등들을 찝어 설문하고 있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자유시간을 얼마나 주는지, 주지 않을때 엄마는 그걸 얼마나 성가시게 여기는지 등등....
남편것도 있어서, 우리 두 부부는 바닥에 엎드려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시댁에대한 갈등이 설문되었다.
사건의 성격...나쁨
영향을 준 정도....매우 많이....
그리고, 주욱 훌터 넘겼다.
가족의 사망....시어머니.
사건의 성격....좋음.
영향을 준 정도.....매우 많이!
구구절절 변명할 새도 없이 주는 그 설문의 심플하고 딱딱하고, 인정없는 질문과 나의 답.
난 얼른 설문지를 재희씨가 볼 수 없게 쳐들고 앉았다.
그리곤 역시 착한여자 컴플렉스의 대표적인 감정에 빠져들었다.
한동안 재희씨가 열심히 작성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심난하기 짝이 없었다.
왜, 내가 내 남편의 엄마에 대해 이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까......
그리고, 괜한 설문지 몇장 때문에, 심기만 불편해 지는 기분이라 더이상 쓸 수가 없었다.
난 너무 이기적이다......착한 여자 컴플렉스의 첫 감정.
그리곤, 남편이나, 가족들에게 웃으며 말하지.
"당신 조을데로 하세요. "
" 어머니 조으실데로 하세요. 전 상관 없어요. "
위의 컴플렉스감정데로 한 결과다.
내 설문지의 답변들은......
차라리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밀고 나갔더라면, 그렇게까지 큰 갈등은 없었을 것이다.
"자기야, 오늘 분명, 수영장 가기로 했잖아.
아무리, 어머님이 오시라고 성화하셔도, 일주일전부터 약속한건데, 이럴수는 없는거야.
어떻게 일주일마다, 어머니하고만 지내!
싫어! 난 수영장 갈거야. 오늘은 죽어도, 재희씨하고 수영장 갈거야."
"어머니, 저 수술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제가 딸이었어도 어머니 그렇게 말씀하셨겠어요.
너무 서운해요. 어머니....흑흑흑"
"언니, 나 지금 회의중이야.
이런 전화는 점심시간에 하지 그랬어.
알아. 어머니 병원 들러 집에가고, 병원들러 회사오고 그러고 있으니까, 다시는 전화 하지마!
시집갔으면, 언니네 시댁일이나 신경써서 해.
회사까지 전화해서 감나와라 배나와라 하지말고...."
" 이모님들....
설 바로 지난다음이라 떡이 없데요.
이 유배지같은 동작구 본동에는요...
그리고, 저 지금 몸이 너무 무겁거든요.
애좀 나은담에 어머니 떡국 끓여주러 감 안될까요..."
" 시어르신들....
어머니 얼굴 저리 되신게 어찌 우리 내외때문입니까.
어머니 평소 지병 있으셔서 우리도 너무 너무 힘듭니다.
왜 시어르신들까지 우리 가슴에 못을 박으십니까.
격려는 못해주실 망정.... 정말 너무들 하시는군요. "
.........
................
어머니 돌아가신 다음,
난 못된여자가 된다.
그동안 쏟아내지 못했던 말들을 모조리 이 사각 상자에 대고 외쳐본다.
난 차라리 못된여자가 되고싶다.
아니, 난 지금 아주 못된년이 되버렸다.
마음은 편하다.
설문지 작성하다 괜히 민감해져버린 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