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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장바구니


BY 쟈스민 2002-08-30

이제 다음주면 40여일간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은 개학을 맞게 된다.

방학동안 아이들의 키는 훌쩍 자라 있었고, 피부는 까무잡잡 눈은 반들반들
새로 난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개구진 웃음을 흘려가며 재잘재잘 퇴근하는 엄마곁을
잠시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서로 내 얘기 좀 들어 달라며 참새처럼 종알거린다.

오늘은 가스보일러 점검하는 아저씨가 다녀 가셔서
아이는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을 하였단다.
소독을 하러 왔길래 거기엔 동생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는 둥 ...

엄마 없는 빈집에서
아이들은 나름대로 꼬마주부라도 된 양 소꿉놀이를 재미있어 한다.

나름대로 생활계획표를 짜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정하여
공부와 놀이를 규칙적으로 하는 눈치여서
나는 별다른 잔소리를 늘어 놓지 않고 그저 대견하다며 칭찬을 많이 해 준다.

퇴근하고 조금만 늦으면 긴급메세지 날리며 엄마의 안전을 염려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있어 심하게 부부간의 다툼이 있던 다음 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시장바구니를 챙겨서 집으로 향하고 있었을 게다.

시장엘 가면 싱싱한 과일이 젤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일곱개에 이천원 하는 새콤달콤한 천도복숭아를 봉지에 골라 담는데
조금 늦은 시각이라서인지 두개 더 갖고 가라는 아저씨의 말에
맛이 없는 건가? 왜 이리 많이 주는 거야? 이리 저리 살피는 내 눈은
공연히 커진다.

아직은 좀 비싸긴 해도 늦더위 탓에 없는 입맛 돋굴 요량으로
노오란 밀감 몇알도 챙겨둔다.

유난이 과일을 잘 먹는 아이들 ...
인스턴트 식품 보다는 엄마손으로 해 준 나물반찬 맛을 아는 아이들 ...
엄마가 꿀 넣고 타 주는 미숫가루 한잔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 쳐 드는 아이들
아이들 때문에 도무지 어디 멀리 갈수도 늦을 수도 없는 나는 늘 행동반경이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행복함으로
나의 시장바구니는 언제나 넘친다.

팔이 뻐근하게 시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날엔
삶의 무게감과 함께 거기에 담겨진 행복의 무게감도
어쩌면 같은 의미이지 싶어 허허 허탈웃음 아무도 모르게 웃어본다

다 늦은 저녁에도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예쁜 색색의 과일들을 담아두고는
시고 달고 한 과육 한입 베어물면
삶의 시름은 어느새 저만치로 달아난다.

"엄마 어쩜 이렇게 맛있는 복숭아를 샀어요. 음 ... 너무 맛있다."
딸 아이의 볼에 발그스레 하게 피어나는 복숭아 빛 애교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더 많이 살껄 그랬나?"
그맛에 엄마인 나는 지칠줄도 모르고 열심히 시장바구니를 나르고 있는 것일테지 ...

퇴근길 들어서는 엄마의 손에 들려진 시장바구니엔
우리 가족만이 아는 비밀스런 행복이 담겨져 있다.

거기에다 엄마는 사랑도 삶의 고단함도 고스란히 넣어두곤 하니까...

며칠에 한번쯤은 엄마 곁에서 잠을 자고 싶어 하는 아직은 어린 아이들
늘 먼저 차지하는 언니덕에
그 자리 차지하기도 쉽지 않은 막내에게 어제 저녁 양보할만큼 자란 언니는
아침에 자는 동생을 바라보며 내심 흐믓한 웃음을 보인다.

사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면
나는 시장엘 간다.

소박하지만 그로 인하여 내 가족의 웃음소리를
다시 들려 주기 때문에 ...

무거운 시장바구니를 드는 날이면
나는 그 무게만치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