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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의 현장에서..


BY 수련 2002-08-30

올여름의 경남지방의 수해는
상상을 뛰어넘는 재난이었다.

낙동강을 끼고있어 제방둑의 한곳만 터져도
한동네가 물바다로 변해버려
물속에서 갇혀버린다.

작년까지 2년동안 함안에 살았기에
더더욱 함안의 침수소식은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
마침 소속되어있는 단체에서 함안으로
일손도우러 간다기에 내심 반가웠다.

가는날도 비가 쏟아부어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앞이 안보일정도였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도로가 침수되어
통제되고있었고 입구의 여러집에도 겨우 물이 빠졌는지
가재도구가 길거리에 널부러져있었다.

비를 피해 대강 물이빠진 집의 주방기구들을
씻고 정리하고 나머지는 여성단체에서 봉사하러 나왔기에
그쪽에 맡기고
우리들은 고무보트를 타고 백산마을로 들어갈려했으나
그치지않는 비와 몇명밖에 타지 못하는 보트를
타고 가기는 역부족이었다.
할수없이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 다시
오기를 기약하고 돌아섰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이틀뒤에 물이 다 빠졌다는 통보에 다시 우리 단체는
함안으로 향하였고 조를 나누어 집집마다
나가고,나는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유리온실에 배정받았다.

내키보다 더 높이 물에 잠겼었는지
천장밑에 물이 빠진 흔적이 남아있었다.
재배할때 사용하는건지 흙투성이가 된 스치로풀을
씻는 일이었는데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양쪽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스치로풀을 쳐다보니
해 안에는 다 못할것 같았다.

다행히 다른봉사단체에서 30여명이 나와서 두곳으로
나누어 줄을 지어 씻기시작하였고
오후 다섯시쯤 되니 그 많던 스치로풀이
깨끗히 씻겨 정리정돈이 다되었다.

손도 발도 퉁퉁불었고
옷도 물범벅이고 허리를 펴지 못할정도로
힘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하였다.

이틀뒤,피해가 더 심한 김해지역이 물이 빠졌다기에
우리일행은 또 김해 한림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냄새가 진동을 하였고
끝이 안보일정도로 길거리에는 각종 가재도구가
쓰레기로 변하여 쌓여있었다.
침수된 논,비닐하우스는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처럼
갈색으로 변해버렸고 주렁주렁 달려있어야할
대추가 누런색으로 변하여 황망하기 그지없었다.

뉴스로만 볼때와는 달리 실제로 가서보니 상상을 초월해
자연의 재해앞에 비참하여 가슴이 ?어질듯 아팠다.
오랫동안 침수되어있어 오염되어있으니
담당공무원이 여러가지 주의점을 말해주었다.

마스크를 쓰고 장화를 신고 소매긴옷을 입고
5명씩 조를 짜서 한집에 배정을 받았다.

텅빈 집안...

거짓말처럼 가구가 하나도 없었고
벽지,장판은 방 천정밑10센티만 남겨두고
다 ?겨나가 물기를 머금은 시멘트를 드러내고있었다.

집뒤로 돌아가니 흙을 뒤집어쓴채 나뒹구는
장독들,그안에 있던 된장,간장,고추장은 아예 흔적조차 없다.
고추장아치를 담았었는지 고추몇개만 독안에 붙어있을뿐....

손을 걷어붙이고 많은그릇,장독,개구리밥이 붙어있는
문짝들,농기구들을 씻었다.큰고무통에는 장농속에
있던 옷가지와 이불들이 물에 젖은채 담겨있어
썩는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시골이라 화장실도 재래식이고,외양간,각종 양념들이
섞여 열흘이상 물에 잠겨있다 빠졌으니 그 냄새가
오죽할까.

처음에는 냄새때문에 마스크를 썼지만
조금지나니 냄새 그 자체를 못느껴 아예 벗어던져버렸다.
우리를 봐도 아무 말씀이 없는
집주인 할머니의 허탈함과 분노의 표정에서
우리는 까닭없는 죄인처럼 고개를 떨구고
말없이 묵묵히 일을 다 끝냈다.

그 할머니의 마음을 어찌 헤아리지못하랴.
추석도 다가오는데 아무것도 없는 빈집,빈들녘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그 마음을....
집이 마를때까지 남의 집에서 주무시고 밥도
봉사단체에서 해주는곳에서 잡수시니 그 불편함이야
말로 다 할수없으리라.

크레인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지는 집을 바라보는
아저씨의 애통함은 또 어쩌고...
이틀쉬고 다시 김해에가서 도와주고 돌아왔다.
우리들의 한계는 거기까지만 도와줄수밖에 없다.

이제는 거의 복구가 끝나가지만 보상문제등
여러가지 마무리일들이 산적해있는데 현실적으로
빠른시일안에 뒷처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많은 자원봉사자단체들,소방대원들,군인,경찰,여성단체,학생들을
보면서 아직은 우리사회가 각박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른일 다 제껴두고
연일 달려와 내 일처럼 도와주는
많은 인정에 몸은 여기저기 쑤셨지만
마음은 훈훈하였다.

눈을 절대로 비비지 말라는 주의을 잊고 나도 모르게
비볐는지 며칠동안 눈이 쓰리고 아파 식염수로
수시로 씻어내고 몸도 가렵더니 이제는 눈도 몸도 개운해졌다.
평상으로 돌아온 내 몸처럼 하루속히 수해지역도 평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아침뉴스에 또 태풍이 몰려온다는데 이번에는
제발 조용히 비켜가기만을 빌고 또 빌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