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보려고
비디오 한편을 빌려왔다..
제목하야..
"재밌는 영화"
사실 처음부터 난 영화제목을 보곤 마음을 비웠다.
자고로 재밌는 얘기하면서 남보다
본인이 먼저 웃으면 그건 실격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미 제목부터..
재밌는 영화 라고 한다..
웃음의 가치는 예측불허에서 비롯된다고
나름데로 생각하면서..(ㅋㅋ다년간 연구함..)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고로 이렇게 영화 제목을 대담하게 자칭..
재미있는 영화..라고 지은 주최측?의 용감성에
경의를 표하면서..
난 비됴주인 아저씨께 흔쾌히 돈을 지불했다..
하여간 별 부담없이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아서리..ㅎㅎ
아이들은 가끔 친구들끼리 영화구경을 가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이 짠순이 아줌마..이렇게 외친다.
국내 영화인가 외화인가..
그리고 제작비가 얼마가 들어 갔는가..
주연 배우는 누구인가..
그리곤 그 영화를 성급히 영화관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조금 기다렸다가 비디오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한번쯤 되짚어주고는 너희가 알아서 가길 바란다며..
될 수 있으면 비디오로 봐주길 바란다는 이 엄마의
마음을 제발 통촉하여 달라고 간곡히 외쳐보지만...
철없는 녀석들..냅다 영화관으로 달려가곤 하였다..(어흑~ㅜ,ㅜ;)
이렇게 국내 영화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이 아줌마는 사실 수천원 주면서 가길 바라지 않기에..
요즘 유행하다시피 하는 폭력과 욕이 난무한
막가파식 조폭 영화를 굳이 비싼 돈 줘가며 보느냐...
비디오 값이면.. 딱 맞다..
이게 나의 논리이다..(←나역시도 막가파식 논리임^^)
한 집안에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CEO로써..
늘 단돈 천원의 영상 매체에 의존하고 사는
비디오파 임을 자처하는 바이다.(비디오 선언문 같넹)ㅋㅋ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봐야한다는 경제원리가
이렇게 영화 한편에도 목숨걸고 있는 난 역시 짠순이 아줌마..
하지만 가끔 영화관을 찾을 때도 있다..
바로 타이타닉같은 영화..
아니면 감성이 딱맞는 영화..(메디슨 카운트의 다리라든가..^*^)
하지만 그런 영화가 어디 그리 흔하든가~~~ㅡ,ㅡ;
고로..영화관 보다는 거실관?을 즐겨 본다는 야그이다..ㅎㅎ
그날 저녁 무렵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거실관?을 오픈한다.
"자~ 얘들아 우리 잼~~있는 영화를 보자구나~~"
(잼있는 영화는 영화 제목임다..
혼돈없길 바라는 마음으로..ㅎㅎ)
그리곤 영화를 본다..
작년에 우리들에게 부자되라고
고래고래 외치던 이쁜 그녀가 나온다.
하여간 뭐그리 재밌는 영화는 아닌데도
열심히 노력하며 몰입하는 그녀의 진지한
연기 자세가 돋보이는 영화임은 확실한 것 같다.^^
잠시 후 늦게 퇴근하고 돌아 온 남푠..
옷을 벗고는 씻지도 않은채 거실관에서
우리들과 앉아서 영화를 함께 들여다 본다.
"에이~ 씻고 봐~~얼렁!~~~~~"(궁시렁궁시렁)ㅡ.- ++
그렇게 달랑 실내복만 입은채로(런닝과 팬티바람)
티브에 몰입해 있는 남푠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쉽게 티브에 몰입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스러웠다.
그런 남푠을 보며 난 생각했다.
역시 남자들은.. 시각의 유혹에 약하구나..하고...ㅎㅎ
그렇게 잠시 들여다 보더니..
남푠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묻는다..
"야~ 이 영화 제목이.. 뭐냐?"
"음..재미있는 영화~^^"
"-.-??......"
재미있는 영화라는 제목을 들은 남푠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영화를 바라본다.
그리곤 남푠은 기가막힌 표정으로
다시 또 큰소리로 묻는다.
"야!!~ 이거 제목이 도대체 뭐냐?"
아이들은 귀찮다는듯히 자꾸만 물어보는
아빠에게 약간의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이~참~ 아빠는..재밌는 영화라니깐~~~~~~"
"야!!~ 이게 무슨 재밌는 영화냐? 재미 하나도 없는데~"
"푸하하하.."
난 혼자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남푠은 영화를 보다가 너무 재미가 없자
무슨 이런 영화가 다 있나싶어 자꾸만 제목을 묻고 있었고..
아이들은 아빠의 질문 그대로 영화 제목이
재밌는 영화..라고만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
옆에서 바라보던 난 그 모습들이 몹시 우스웠다..ㅎㅎㅎ
"아저씨요~ 이거요~ 영화제목이 재밌는 영화네요~~~^^"
"뭐..뭐라고?? "
"하하하"
우리 식구들 그제서야
기가막혀서 웃고.. 어이없어서 웃고..
영화광인 남푠..
드뎌 영화에 아무 미련없는듯 벌떡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자 큰딸이 말했다.
"차라리 제목을 재미없는 영화라고 하지.."
"ㅋㅋ구러게..그럼 반은 성공한건데.."
우리처럼 재미없게 본 사람 같으면
영화 제목 정말 잘 지었다고 칭찬해 주던지..
아니면 재밌게 본 사람들은
제작사의 공손함?을 높히 살텐데말야....ㅎㅎ
그러며 우리 식구들..
영화제목 가지고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느라 영화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몰랐다.
참으로 부담없는 영화라서 ..참..좋..았..당..^^
그리곤 난 이 영화를 거실관에서 봤음을 아주~~
아주~~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애들에게 다시한번 외쳤다.
"이것봐라~ 영화관에서 봤어봐라~!@$#@$.."
그러며 잠시 난 이 영화를 비싼 돈을 주고
영화관을 찾은 이들에게 머리숙여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어졌다..
바로 이런 이들이 있기에 국내영화가 발전할 수 있으니..
나 같은 짠순이 아줌마는 ?대로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도 이 아줌마도 가끔은..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 나이트...아니 ...
영화관을.. 가고 싶은 날도.. 있음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