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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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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금강문학제 "江과 사람" 에 다녀왔습니다.


BY 얀~ 2002-08-20

...오랜만에 외출을 준비했습니다. 일단은 남편에게 말을 했고, 이종 사촌에게 차편을 부탁하고 지루하게 십 여일 넘게 내리는 비도 걱정스러웠습니다. 2002금강문학제 "江과 사람"을 홍보하는 글을 인터넷을 통해 게시판에서 보고 가고 싶었습니다. 들꽃에 관한 시화전도 가보고 싶었지만 생업에 매달려 쉽지가 않았습니다. 작은 인연이지만 금산문협의 임영봉님을 만나게 되었고 아름다운 말을 들었습니다. 자연보호와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첫날 쏟아 붇는 비에 남편한테 우려의 전화가 왔고, 이종 사촌 또한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내일 상황 봐서 가자는 약속을 하고 기다렸습니다. 준비된 시 낭송과 연설을 하겠거니 생각하며 시를 읽었습니다.
...다음날 두시간을 헤매며 행사장에 당도했습니다. 적벽강하면 변산반도를 떠올리겠지요. 후박나무 군락과 용두산을 돌아 절벽과 암반으로 펼져지는 해안선입니다. 중국의 적벽강만큼 아름답다하여 붙어진 이름입니다. 금산의 적벽강도 강 안쪽으로 적색의 암반이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부리면 평촌리를 들어서니 고향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한번도 찾은 적은 없지만 양씨 사당도 있고 귀동냥으로 상상하던 곳이었습니다. 결혼 전엔 어른들의 출타로 집을 보았고, 결혼 후엔 생업에 매달려 문밖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주어진 자유만큼 소중한 것이 없습니다. 가끔 아름다운 사람과 술을 마시고 순수한 생각과 손을 잡는 것이 희망사항이었습니다. 글, 감동 받는 글에 굶주린 내게 , 그곳에 참석하면 채워질거라 생각했습니다.
...책을 한권 받았습니다. '낭만시'동인시집이었습니다. 표지에 적힌 "그리운 창 하나 번뜩이며"가 뜻하는 바를 집어보았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사람의 눈, 좁은 공간에서 소일하는 나의 사각 모니터 창, 마음의 창이 열려 안과 밖이 통하는 것일까, 반짝이는 눈빛으로 소중한 사람들이 연결되어 신명나게 놀아나는 내 꿈이 번뜩이고 있었습니다.
...처음 뵙는 서지월 시인께 술에 의지해 '좋은 글 적어주세요'라며 종이를 드렸습니다. '적벽강 저물살은 저 홀로 뒤 안 돌아보고 흘러갑니다'라고 써주셨습니다. 집을 나섰으니 뭔가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글도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살아 있는 글말입니다. 누군가 그런 일을 하면 말이라도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지 생각했습니다.
...남편에게 책과 글을 보여줬습니다.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집의 가구보다 화려한 치장보다 글 한 줄이 더 소중함을 말입니다. 휴식 시간이 오면 아이들과 서점과 도서관에 가자고, 책을 보다가 잔디밭에 돗자리 하나 펴고 도시락을 먹으며 웃고 있는 아이들과 남편을 상상하며 꿈을 꿉니다. 꿈을 꾸어야지요.
...짧은 생각하나를 놓쳤습니다. 인터넷 여행을 통해 멀리 떨어진 바다나 산을 동경했습니다. 사는 곳 바로 옆에 금강이 흐르고, 그 곳의 아름다움을 놓쳤습니다.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금강과 어우러진 풍경을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사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