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 드문 보이는 파아란 하늘이 정겨웠다.
수줍은 새악시 마냥...
하늘은 거대한 구름덩이 뒤에서 살포시 미소 짓고 있었다.
음지식물처럼 계속 가라앉기만 하던 나는
적진을 향해 나아가는 사기충천한 군인처럼
이불빨래를 시작했다.
"드르륵~드르륵"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마저 경쾌하게 들렸다.
마당에 기세좋게 건조대를 펼쳐놓고,
이불을 널고나니 왠지모를 만족감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서랍장을 열기 시작했다.
속옷이며,타올이며 닥치는대로 꺼내어 무조건 삶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빨래를 보니 내 몸속까지 청결해지는듯 했다.
나는...
빨래 삶는 냄새를 좋아한다.
왠지 청결한...깨끗한 냄새같아서 기분까지 상쾌해질때가 있다.
빛을 만난 양지식물처럼...
난 그렇게 꼬물 거리며
여기 저기 헤집으며 일을 찾기 시작했다.
한바탕의 소란을 뒤로하고
나른하지만 기분좋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커피한잔을 들고 느릿 느릿 베란다 창가로 갔다.
마당엔 벌써 하얗게 햇빛이 빛나고 있었다.
내 맘속의 그리운 얼굴도 함께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