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으며 개나리 봇짐 하나 들고
장마비가 오는 남부지방으로 떠난다.
전주 토당성 생갈비 한우라서 연하단다.
입에서 슬슬 녹는다.
고소한 누릉지탕의 따끈한 숭늉맛이
비오는 날과 어울린다.
통유리 넘어 시골풍경이 한우를 생각케한다.
비를 맞으며 떠나는 여행도 할만하다. 운치가 있다.
모악산입구 <레드인>의 커피향이 비법이 있어 맛있단다.
무슨 향일까 무엇을 넣어 이렇게 매력적인 맛이.
넓고 높은 통나무집 속이 냉장고 속 같다.
장마비로 콸콸 흘러내리는 냇물소리가 우리의
대화를 삼켜버린다.
무궁화 다섯개짜리 별장(ㅎㅎㅎ)에서
눈을 뜨니 여전히 비는 주룩주룩.
섬진강 매운탕을 먹으러 가자고 소란스럽다.
잠을 깨고 강행군을 해야되는지 그냥
늦잠을 잘까 갈등을 할 사이도 없이
일어나 번개화장을 하고 떠난다.
좽이집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한 차에
여섯명이서 엉덩이를 비집고 앉아 하하호호
좽이란 이름이 별나고 재미있다.
풀벌레소리처럼 윙윙소리를 흉내낸말이라나
손님이 많이 모이라는 소린가보다.
새벽부터 속풀러오는 손님이 많다.
얼큰한 콩나물국에 속푸는 소리.
넉넉한 인심은 여전하다.덤으로 자꾸
뭐가 나온다.많이 드시시오이~
전주의 특산물 중 하나 콩나물맛과 모주 한 잔
국물 한방울 없이 싹싹 쩝쩝하고 일어났다.
섬진강가를 달린다.옛날 친구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조잘조잘 뱃살을 거머쥐며 푸른 물감
속으로 섬진강가를 휘돌아 감아돈다.
강나루집에서 메기매운탕을 시키고,
강위에 지은 집에 앉아 먼데 시선을 준다.
푸른산 황토물 한가로이 떠있는 배
한 척이 그림을 그린다.
풋배가 달린 배과수원과 옥수수밭
버얼건 흙탕물이 장마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쓰레기들이 와서 우리의 물을 더럽혔다고.
메기매운탕 뚝배기속에 무우시래기는
꼭꼭 숨어 나오고 또 나오고 전라도의 푸짐한 인심이
실타래처럼 끝없이 나와서 우리를 감동시킨다.
순창고추장 청정한 마을 고추장과 어울려 만든
감,대추,무우,더덕,마늘,고춧잎,깻잎 나나스끼,매실
이름을 셀 수 없는 장아찌의 매콤새콤한 맛에
감탄을 해가며 한 봇따리씩 사들고 나선다.
우아한 기와집들이 50년전의 말간 여인들의 자태를
연상시킨다.시멘트의 세상에서 삭막하게 살다가
이렇게 옛스러운 집을 찾으니 편안해지는 마음이
떠나고싶지가 않다.나른 편히 감싸는 느낌이 너무 좋다.
강천산 계곡의 물, 물
휘돌아 급히 흐르고
잔잔히 멈추어 있듯 흐르고
조약돌밭을 어루만지며 흐르고
바위옆을 돌아흐르고
폭포되어 떨어지고
강물되어 흐르고
물의 축제와 소리의 향연.
콸콸 솰솰 졸졸 줄줄 솨아~~
하얀 포말로 꽃구름을 이루다가
물, 물, 계곡의 물
북유럽 놀웨이 계곡의 물과 전혀 뒤지지않는 광경
물소리는 마음의 때를 구석구석 씻어준다.
현수교의 흔들거림에
온몸을 맡겨 보면서도 손은 쥐가난다.
최후의 삶을 떨어뜨리지않으려는 미물처럼
아슬아슬한 저 아래의 계곡과 나무들이
아스라히 눈에서 아른거린다
공포를 불러 일으키면서 스릴 만점이다.
번개 점프를 하는 마음이다.
인간의 끝없는 도전이 우리를 이런
스릴의 도가니에서 짜릿한 맛을 준다.
전주 덕진 연꽃의 향기로움이 분내를
풍기는 기녀 계월향의 미소같다.
넓은 잎들은 자유를 구가한다.
잎위에 투명한 구슬도 한가로이 떠돈다.
심청이가 숨어 있을 법한 향기로운 연꽃.
세수를 하지않아도 깨끗해서
부처님과 연을 맺은걸까?
전주 음식을 실컷 만끽해보려고
유명한 음식점을 탐익한다.
꺼먹집의 팥칼국수 상추고추장조림
고구마잎나물은 방학때마다 찾아오는
매뉴지만 질리지도않는다.
옴팡집에서 먹는 저녁밥
새우젓호박나물, 새콤한 강화순무깍두기보다
맛있는 검은깨가 듬성듬성한 전라도 깍두기
호박잎양념장쌈, 깻잎쌈, 머우잎쌈,시래기국
가마골에서 먹은 해산물탕
전주사람들의 아기자기하고 정성이 깃든
맛깔스러운 음식에 작품을 대하듯
우리는 겸허해지기까지한다.
내장산 전라식당도 비를 맞으며 낮잠을 잔다.
금방 차려내는 진수성찬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전주 음식점을 능가한다.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25가지의 음식 맛 서울에서 일인당 6만원짜리의 음식에
뒤떨어지지않는 음식상에 입이 다물어지지않는다.
내장산속을 헤매며 담았다는 오가피주와 산딸기주에
취하여 마지막 음식여행을 마지막으로
삼일간의 맛의 천국을 아쉽게도 작별하고 빗속을 달린다.
음식 여행이 뱃살의 평수를 넓혔다.뺄일을 걱정하며
그칠 줄 모르는 빗속의 고속도로를 달린다.
예상치않은 사고가 나면 어쩌지하는 불안을 안고
몰보라로 앞이 보이지않는 길을 무섭게들 달린다.
회색의 도시
투쟁의 도시
깍쟁이의 도시
일원이 되려고
서울로 달린다.
가족이 있는 내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