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후두둑,,,
와이퍼의 힘든 노동이 계속되고
집을 나섬과 동시에 이 지겨운 비는 내리 삼일을 같이 다녔다.
그것도 결혼 십여년만에 처음으로 우리 부부만 간 여행길...
그저 둘이 간다는 막연한 설레임으로 출발은 했지만서도
이렇게 허무하고,,,맹랑할수가 없다,,
비구름에 갇힌 미시령을 돌고 돌아
황하의 물결이 잠시 나들이 온 듯한 계곡의 콸콸한 물몸짓
여느 때 같으면 쉴 틈도 보이지 않았을 법한 그 아름다운
강원도의 웅장함은 비에 후줄근하게 쳐져 있고
연신 목적 없이 달리는 자동차의 동작만이
휴가라는 명목을 실감케 할 뿐.....
남편은 그 성격에 맞게 예약은 고사하고
그냥 바퀴 굴러지는 대로
아는 이의 민박집에 도착을 하고
썰렁한 그곳도 예외일 수 없기에
주인의 배려로 그 집 안채에 하루를 묵기로 했는데
귀가 어두운 그 집 시어머님의
커다란 텔레비젼 소리와 들락거리는 발걸음에 잠을 겨우 청하고 보니
남편의 코 고는 소리는 천정을 뚫을 기세
설핏 들은 잠결에 부시럭거리는 남편은
아침을 준비한다고 부산한데 마침 나오지 않는 수도물..
대충 끓인 이름도 묘연한 찌개..김치,,,
그곳이 아마도 뫼바위 라는데..십이선녀탕 근처의 한 계곡인 듯
비에 일시정지 되버린 계곡을 뒤로 하고
경포대로,,,
경포호의 물과 그에 비친 달과 그니의 눈에 비친 달은
아득한 전설처럼 검은 비구름에 갇히고
남편의 눈에 비친 내 눈으로 만족할밖에...
뉴스에 들리는 강원도와 여러 지역의 수해 보도에
이렇게 편하게 (?) 돌아 다녀도 되는가 싶다가도
십여년만에 시댁으로 가는 긴 여행외에는
우리 부부가 같이 다녀 본 기억이 없기에
너무나 허망하기까지...
말로만 듣던 정동진,,,
이제서야 가 보는 구나,,,,,
동해의 파도는 금방이라도 삼킬 듯이 날개짓을 하며 우리를 맞고
좁은 이차선은 흐느적거리며 비의 안무를
어김없이 보여주고
너무나 비싼 가격에 겨우 바다가 보이는 모텔을 정하고 보니
서투른 이 아낙은 방문도 제대로 잠그질 못하고 있으니...
(언제 그런 곳에 가 봤어야 말이지,,궁시렁궁시렁)
거대한 모래시계의 조형물은 어느새 반년을 후딱 지나고 있었고
서울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위치한 곳이 정,동,진이었음을
몇칸짜리 기차의 기적은 어두운 밤바다의 철썩거림에도
꿋꿋한 소리를 던져주어
밤기운을 더욱 더 느끼기에도 충분하였다.
드라마의 열기에 힘입어 관광지가 되어 버린 그곳은
서너배도 훨씬 넘은 바가지 상술에
강원도의 푸근함을 차마 느끼기에 앞서 씁쓸함마저 들었다...
비로 시작된 우리 부부의 짧은 휴가는
비구름에 갇힌 설악도 채 엿볼 기회도 주지 않았었고
다만
밤바다의 파도 소리와 짠내음만 가득 남겨 주었다....
언제나 바쁘고 허둥거리며 시간이 없었던 남편과
단둘만의 공간을 함께 했었단 그 자체만으로도
햇볕을 볼 수 없었던 이 휴가였지만
내내 마음의 빛은 함께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