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족 사진 가지고 오래. 전부다 찍은걸루"
나는 부랴부랴 사진들을 챙겨보지만 숱한 사진속에는 내가 없다.
아이들과 남편만이 즐거운 모습을 한 채 찍은 사진들만 무수할뿐....
추억은 오로지 사진으로만 남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이야 동영상이다 뭐다 해서 화려한 영상 시대지만 우린 달랑 흑백 사진 하나 만으로 그 시절을 다 얘기 하던 시대를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날 부터인가 난 사진을 기피했고 그래서인지 그 많은 사진들 중에는 내가 빠져있다.
물론 살이 쪘다는 핑계를 대면서 나중에 살 빠지면 찍겠다고 변명을 하면서 기피하지만 실은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서 그 모습을 사진속에 남겨두기 싫은 말못할 사정이 있는 줄은 아무도 모른체 아이가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가져오라고 할때면 난 긴장한다.오늘은 또 어떤 사진을 보내야 할까? 속 모르는 남편은 그러게 사진좀 찍지 머했냐고 핀잔만 주는데 차마 이렇게 사는 내 모습이 싫어서라고 말할수가 없다
늘 쪼달리는 생활에 그 흔한 티조차 못사입고 하두 빨아서 헤지고 헤지다 못해 목까지 팍팍 늘어난 티를 입으면서 아이들 옷에 남편옷에 결국 내 옷 까지 살 차지가 안온다.
나라고 옷사입기 싫고 그냥 검소한게 좋아서 이렇게 사는게 아닌데
막상 어디론가 가려고 하면 변변한 옷하나 없는게 가끔은 넘 속상해서
큰 맘을 먹고 시장엘 나가보지만 결국 내손에 들린건 아이들 입을 옷가지와 반찬거리만이 가득하다.
비록 내 옷한벌 못사입고 그 돈으로 아이들 옷가지와 식구들 맛난걸 해주기 위해 장을 보면서도 난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또 다시 옷장을 열면서 실망을 하고 사진을 또 찍지는 않겠지만 잘차려입은 채 화려한 모습을 하고 사진을 찍어본들 내가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는 아닐진데
내가 조금 덜 사입고 아이들 예쁘게 키우고 한번이라고 더 맛난것 먹이면서 느끼는 행복에 비할수가 있을까?
오늘도 난 신발을 사기 위해 시장을 갔다가 결국 아이들 신발만 사들고 좋다고 웃으면서 현관을 연다
"얘들아 엄마가 너희 신발 사왔어"
좋아라 하는 아이들 모습에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했던 내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마냥 웃으면서 아이 신발을 신겨보는 여자가 된다
어쩌면 난 영원히 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굳이 추억을 사진에 담지 않아도 내 마음속에 그리고 아이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아 주면서 그렇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조금은 궁상맞다고 남들이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기에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