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3.1절 연휴에 일본으로 여행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7

울신랑 지각했시유


BY 은빛여우 2002-08-09


- 야~! 직장을 다니라는 거니 말라는 거니?
당신 믿구 어떻게 잠을 자구 직장에 나가구
애들 학교는 보내냐구...?


이건 무슨 난리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남편의 야단하는
소리에 나간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한손에 면도기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 바지를
올리며 남편은 가히 꽁지에 불붙은 닭마냥
허둥거린다

- 자갸...왜 .... 무슨일이야......?

아직 잠에서 덜깬 내 음성은 바닥까지 가라앉아
탁한 음성 그대로다

- 일은 무슨 일이겠어.... 시간좀 봐봐
한두번두 아니구...... 글구 일어날수 없으면서
시계입은 왜 막아 놓는거야 대체.....
내가 명대루 다 못살지...으이구......ㅉㅉㅉ


아뿔사......!!

꿀보다 더 달콤한 아침 잠이 뭔가 알수 없는 소리에
방해를 받자 더듬더듬 소리의 근원을 찾아내어 대충
입막음을 해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 아침잠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내

그래서 울신랑 결혼해 지금까지 아침밥 못얻어 먹은
날이 얻어 먹은 날보다 두배쯤은 많을 듯 싶은...
잠자리에서 자기야~일어나~ 뽀뽀 쪼옥 이런건 아예
진즉에 포기하고 알아서 시간 맞춰 일어나 잠귀가
절벽인 아내를 도리어 흔들어 깨워 아이 유치원
보내도록 챙겨야 하는 불쌍한 울 신랑.....

급기야 오늘은 그나마 띠또띠또~ 소리에 맞춰 신랑
깨워야 하는 시계의 입마저 막아 버렸던 것이다

내가 한 짓이 어렴풋이 생각나며 미안한 마음에
코가 바닥까지 빠져 머쓱하게 서 있으려니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한두마디 주워 섬기던 남편이
끝내 혀를 ㅉㅉㅉ... 차는 것으로 마감을 하고는
휑~하니 현관을 나섰다

잊고 간 물건은 없는지
양말은 짝 맞춰 잘 신었는지
손수건은 넣었는지.....
오만가지 궁금하던 차에 점심식사나 하였는지
늦지나 않았는지 (사실은 얼마나 늦었는지....)
괜히 수화기를 들었다

- 당신 그렇게 아침잠이 많아서 어떻게 학교를
지각 않하고 다녔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는 그렇다 치지만 애들은 앞으루 어떡하냐....
맨날 지덜끼리 알아서 챙겨 일어나 학교가야
할텐데......



아~!!

잠많고 철없는 이 아내
언제쯤 신랑 걱정 덜고 똑 소리 나는 아내로
신랑에게 인정 받을까나......